[사설] 뉴욕시를 움직인 코넬대의 도전, 한국서도 보고싶다

입력 2017-09-13 18:22  

“뉴욕 코넬테크(공과대학원)는 전통 공대가 아니라 기업과 연계해 혁신을 촉진하는 곳이 될 것이다.” 공학 분야에선 인지도가 낮은 코넬대가 뉴욕에서 최고 공과대학원을 키워내겠다며 밝힌 포부다. 금융·미디어·패션의 도시 뉴욕을 첨단 스타트업과 창업가가 득실거리는 ‘제2 실리콘밸리’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뉴욕시가 스탠퍼드 MIT 등 유명 공대가 아니라 코넬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의 재창조를 원하는 뉴욕시에 코넬테크가 기존 교육의 ‘파괴적 혁신’이라는 비전으로 화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맨해튼 동쪽의 작은 섬 루스벨트아일랜드에 자리잡은 코넬테크 새 캠퍼스의 모습은 산학협동 그 자체다. 씨티그룹은 빅데이터 등을 코넬테크 학생들과 공동연구한다는 계획으로 입주를 확정했고, 30여 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도 서둘러 자리를 잡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뉴욕타임스 페이스북 등이 공동학위과정을 개설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곧 미래 산업의 플랫폼이요, 도시·기업 등과 어우러지는 혁신클러스터임을 보여준다. 교육과 연구에 대한 ‘생각의 틀’이 유연하지 않으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 대학의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KAIST가 1971년 개교 이래 46년 만에 기업을 대상으로 첫 기술이전 설명회를 열어 성황을 이뤘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선진국 대학에선 흔한 행사가 왜 이제야 시작되는지 아쉬움이 앞선다. 서울대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교육·연구 모델을 보여주겠다며 착수한 시흥캠퍼스가 학내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더 답답한 일이다. 그럴 거면 법인화는 왜 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대학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의 대학정책 실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 규제나 재정지원 부족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라 변화에 뒤져 몰락할 판이다. 스스로 혁신하는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대학이 도시나 지역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혁신공동체로 가야 한다. 산학협동으로 기업이 왜 대학과 손을 잡아야 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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