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유치원 우선 감사" vs "생존권 위협 중단하라"… 벼랑 끝 대치

입력 2017-09-13 18:40  

혼란 더 커진 교육현장
18일 집단휴업 앞두고 '전운'

양측, 강경 일변도 대응
정부 "아이 볼모로 불법 휴업"
한유총 "정당한 요구 매도 안돼"

"정부, 정책 일관성 부재"
선거공약 등 '명분' 사로잡혀 각종 교육정책 감행 '무리수'

교육 재원 배분 등 핵심쟁점, 협력관계서 '상생의 틀' 찾아야



[ 박동휘 기자 ]
교육 현장에 혼돈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조만간 폭우라도 쏟아질 듯하다. 사립유치원들은 18일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기간제 교사들도 정부 규탄에 나섰다. 학교 교무실에선 교사 간 신분 갈등이 극에 달했다. 교대생들도 뿔나 있다. 서울교육청이 내년 초등교원 신규 임용을 28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땜질 처방’이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정부가 선거 공약, 국정과제 등 ‘명분’에 사로잡혀 각종 정책을 강행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분란만 일으키고 뒷수습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벼랑 끝 대결’ 치닫는 사립유치원 휴업

교육당국과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정부의 갈등 해결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전국 사립유치원의 90%가량이 회원사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1차 휴업(18일)을 강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휴원에 참여하는 유치원에는 우선 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압박에 나섰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시·도부교육감 회의에 참석해 “사립유치원 단체의 불법 임시휴업 발표로 부모님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교육법 제12조3항의 임시휴업 사유(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에 해당되지 않아 위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업에 참여하는 유치원에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감사 외에 학급당 원아 수 감축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립유치원들은 정당한 휴업을 정부가 불법으로 매도하고 사립유치원을 생존투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강경한 자세다. 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휴업은 법에 정해진 수업시간을 지키는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휴업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과제’라며 국공립 확대 밀어붙이는 정부

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 부재를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전 정부에서 마련한 협상의 틀을 새 정부가 걷어차면서 갈등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및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는 전임 정부 때부터 추진한 정책이다. 2012년 누리과정 시행으로 사립유치원에 유아당 29만원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새로운 ‘룰’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는 협상과 토론을 통한 ‘로볼’ 전략을 구사했다.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안건이라 설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 확대(현행 24%에서 40%로)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기교육청 등이 비리 유치원 적발을 이유로 전방위 감사를 강행,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반발을 샀다.

양측이 부딪치는 핵심 쟁점은 결국 유치원에 할애된 교육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다.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는 데 쓰겠다는 게 교육당국의 방침이다. 사립유치원 측은 나라가 사유재산을 빌려 유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며 맞서고 있다. 헌법 제23조3항에도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시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누리과정 지원비를 국공립 수준(유아당 98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사립유치원이 그간 유아교육을 책임진 것은 국공립에 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유아정책포럼 관계자는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감사 같은 채찍만 구사할 것이 아니라 국채 수익률 정도의 이익을 사립유치원에 제공하는 등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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