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 세계경영연구원·한경 공동기획
대기업 내 '게릴라 부대'…공룡조직에 스타트업 DNA 이식
혁신공장 삼성 사내벤처 'C랩', 양손잡이 조직의 한 형태
'카뱅' 같은 민첩함·열정으로 무장
GE·IBM 등은 이미 신사업 전담조직 활용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관람객 발길을 멈추게 한 제품들이 있다. 전문가 수준의 개인 맞춤형 피부관리 제공 솔루션인 에스스킨, 생활 데이터 기반의 뷰티케어 서비스 루미니,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장난감 디바이스인 태그플러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차세대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 상품들은 모두 한국 기업이 출시한 것이다. 개발자들도 모두 한 회사 출신이다. 삼성전자의 ‘C랩(Creative Lab)’에 참여한 사람들이고 이들의 출시작은 C랩을 통해 만들어졌다. C랩은 삼성전자가 운영하고 있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C랩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까지 합쳐 총 180개 과제가 수행됐다. 이 중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은 아예 독립해서 사업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분사했다. 지금까지 25개 아이템이 별도의 살림을 차렸다.
기업의 효율성은 규모에 비례하지만 혁신에는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혁신의 패러독스라고 한다. 그만큼 기업 덩치가 클수록 혁신이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기업 규모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혁신의 결과물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데에는 C랩이라는 프로그램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C랩은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양손잡이 조직은 한 손은 기존 사업 중심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혁신적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조직을 말한다.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수행 중인 기존 사업이 잘되고 있을수록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절실히 요구되는 조직 운영 방식이다.
양손잡이 조직 이론이 제기된 것은 20여 년 전이다. 그런데 요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존 체임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앞으로 10년 내에 포천 500대 기업 중 2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 창업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그 파괴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돌풍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속출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제는 기존 거대 기업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상황이다. 혁신의 패러독스란 개념이 설명하는 것처럼 거대 기업이 카카오뱅크와 같은 기민성과 혁신, 불타는 열정을 갖기란 어렵다. 해결책은 양손잡이 조직이 되는 것이다.
기술경영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에 의하면 양손잡이 조직을 도입한 기업의 90% 이상이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들은 대규모 기업임에도 작고 독립적인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스타트업의 DNA를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기업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연구해온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잘나가던 기업의 실패 요인으로 ‘성공 증후군’을 꼽는다. 성공에 안주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증상이다. 지금 당장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의 변화와 위기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실패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배양된다. 양손잡이 조직이 거대 기업에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양손잡이 조직의 운영 형태는 기업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적 환경의 변화 정도뿐만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양 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세계적 컨설팅 기관인 BCG는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환경의 다양성 및 역동성을 기준으로 △분리 △전환 △자기조직화 △외부 생태계 활용 등 크게 네 가지 형태의 양손잡이 조직 운영을 제시한다.
‘분리’란 기존 조직을 자회사로 독립 운영하는 것이고, ‘전환’은 내부 자원을 공유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내부 조직을 독립 회사같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자기 조직화’, 기업 바깥의 다양한 회사와 투자 및 제휴 등을 통해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외부 생태계 활용’이라 부른다.
신사업을 독려하기 위한 GE의 ‘IB(imagination breakthrough)’ 프로세스와 신사업 전담 조직인 IBM의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ies)’, 코닝의 ‘전략적 성장(strategic growth)’ 등은 양손잡이 조직이 되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몸부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기하급수적 기업의 일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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