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한국기업, 독일의 대학·연구소와 네트워크 연결 땐 글로벌 경쟁력 커져"

입력 2017-09-14 16:36  

'한독 디지털산업 세미나'로 방한한 독일 아헨 시장

김낙훈의 특별인터뷰



[ 김낙훈 기자 ]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한독 디지털산업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과 독일의 전문가들이 디지털 산업 기술 동향과 시장 정보를 공유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행사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아헨경제개발공사(AGIT)가 주최한 이 세미나에는 특히 과학과 공업이 발달한 아헨에서 시장 교수 기업인 등 전문가 10여 명이 참석했다. 마르셀 필립 아헨시장을 비롯해 아헨공대의 프랑크 필러 교수, 토마스 그리스 교수, 로타르 만케 아헨경제개발공사 대표, 디지털 마케팅 전문업체인 디알리고의 안데라 가데이브 사장 등이다. 여기에 아스트리드 베커 NRW경제개발공사 아시아총괄국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을 만나봤다.

마르셀 필립 아헨시장

“아헨은 800년대 프랑크왕국을 다스린 카를 대제가 수도로 삼은 곳입니다. 역사가 깊은 도시이지만 지금은 젊은 과학·공학인들의 도시입니다. 아헨은 한국과 협력할 점이 많습니다. 이런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194㎝의 큰 키에 마이스터(장인)이기도 한 마르셀 필립 아헨시장은 2009년 시장이 됐다. 그는 평생 한 가지도 따기 힘들다는 마이스터 자격증을 세 개나 갖고 있다. 페인트, 인테리어(오래된 건물 복원), 경영 분야다. 사업체를 경영한 경험도 있다. 그는 “아헨은 기술 공학 분야 대학생이 많다”며 “아헨에는 여러 대학이 있는데 이들의 절반 이상이 공학도일 정도로 기술에 강점이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이들 대학의 특징은 기업과 협력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약 4만4500명이 재학 중인 아헨공대에는 260개 연구소가 있고 이들은 기업들과 톱니바퀴처럼 협력한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학업과 연계시킨다.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한국과 독일은 기술을 중시하는 등 비슷한 점이 많다”며 “특히 한국 기업이나 연구소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미래 산업으로 중요한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공동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시의회 의원을 거쳐 시장에 선출된 그는 “아헨시장으로서 비전은 모든 시민이 과학도시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아헨에 진출하면 서로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테크가 아헨에 연구소를 내는 등 이 지역에 진출할 당시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크 필러 아헨공대 경영대학원 교수

“스마트 고무젖꼭지를 아십니까. 아기가 울어서 엄마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때 아기의 상태를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프랑크 필러 아헨공대 교수는 디지털화된 제품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스마트 고무젖꼭지 사례를 들었다. 예컨대 스마트 고무젖꼭지에 센서를 달아 스마트폰으로 아기 상태를 파악한 뒤 울기 전에 열이 오르면 적절한 사전 대응을 통해 울음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러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플랫폼은 혼자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디다스가 스마트 운동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혼자서 모든 산업 생태계를 만든 게 아니다”며 “많은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운동화는 바닥에 모터 배터리 케이블 센서 등을 장착해 운동할 때 각종 정보를 받는 신발이다. 그는 “과거엔 핵심 기술 중 ‘연결’이 불가능했지만 이젠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헨공대는 가장 큰 전기자동차인 우편 배송트럭을 개발했는데 아이디어에서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3년 반 만에 해결했다”며 “전통 방식으로는 8년 정도 걸리는데 이를 절반 이하로 줄였고 개발비도 종전의 10분 1도 안 되는 3000만달러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은 ‘수요자’인 우체국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수십 개 기관과 기업이 협업해 공평한 파트너십을 발휘했다. 그는 “이런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쯤에는 대당 1만2000유로(약 1600만원) 수준의 저렴한 소형 전기자동차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프로젝트는 아헨공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서 실현됐다. 그는 “한국의 기업이나 연구소도 이런 네트워크에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마스 그리스 아헨공대 교수

토마스 그리스 아헨공대 교수는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 소장을 맡고 있다. 아헨공대와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아헨에 ‘드림투랩투팹(Dream2Lab2Fab)’이라는 연구소를 개소해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단순한 아이디어로 끝내지 말고 실험실 연구에 이어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자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 9월6일 경기테크노파크에 ‘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센터’를 개설했다. 경기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성균관대, 독일 NRW주,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스마트 텍스트로닉스(지능형 전자섬유)’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의 섬유 기술과 독일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공동 연구를 통해 ‘지능형 전자섬유시장’을 선도하자는 것이다. 스마트 텍스트로닉스는 섬유(textiles)와 전자(electronics)의 합성어로 전자기기가 집적된 섬유제품이나 전자기기를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섬유제품이다.

그리스 교수는 “예컨대 티셔츠에 전자장치를 입혀 심박수를 체크할 수도 있고 소방수가 입는 방화복에 전자장치를 삽입해 몸 상태 점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트리스에 전자장치를 심으면 매트리스에서 노는 어린이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제품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지만 실제 구현은 이제야 가능해졌다”며 “그 이유는 내구성 있는 소재, 세탁할 수 있는 소재, 각종 생산 기술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교수는 “우리는 이미 한국의 중소기업과 개인용 에어백도 개발해 시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현장처럼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실수로 떨어질 경우 머리와 가슴 부분을 보호하는 장치”라며 “독일의 노동안전관리기관에 테스트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헨공대는 한국 기업과 협력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제품 개발 기술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상호 돈독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교수는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로타르 만케 아헨경제개발공사 대표

아헨경제개발공사는 아헨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돕는 기관이다.

로타르 만케 대표는 아헨공대 물리학과를 나와 아헨 상공회의소 등을 거쳐 2016년부터 아헨경제개발공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아헨 지역의 개발을 위해 30년 이상 투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그동안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축적해 앞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예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유니테크가 아헨에 투자하는 데도 아헨경제개발공사가 뒷받침했다. 경기 안산에 본사를 둔 유니테크는 차량용 고성능 접착제와 실링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들 접착제와 실링재가 없으면 방음이 안 돼 시끄러워 차를 타고 다니기 힘들고, 바닥의 돌이 튀면 차가 망가진다. 이 회사는 고성능 제품 개발을 위해 아헨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만케 대표는 “아헨에 투자할 때의 이점은 수많은 연구소 및 대학과 기술 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쉽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헨공대에는 섬유기술연구소 등 260개 연구소가 있고, 인근에도 프라운호퍼레이저연구소 등 수많은 연구소가 있어 전기 화학 생산기술 자동차공학 등 다양한 기술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생산기술연구소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데라 가데이브 디알리고 사장

“간단한 아이디어로도 기업은 매출을 크게 늘립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 마케팅을 돕고 있습니다.”

아헨에 본사를 둔 디알리고의 창업자 안데라 가데이브 사장은 “독일사람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포장만 바꿔도 매출이 크게 늘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라며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감성적인 부분을 파악해 이를 접목시키면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 욕구(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행한 프로젝트 내용을 묻자 “고객과의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자세히 밝히긴 곤란하다”며 “바이엘의 브랜드 인지도에 대해 40~50개국에서 리서치도 했다”고 말했다.

아스트리드 베커 NRW경제개발공사 아시아총괄국장

아스트리드 베커 국장은 한국을 그동안 열 번가량 찾았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 NRW경제개발공사는 외국 기업을 NRW연방주로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NRW는 본 쾰른 뒤셀도르프 아헨 에센 도르트문트 등이 속해 있는 연방주로 독일 내 16개 연방주 가운데 가장 경제력이 크다. 전체 독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쯤 된다. 2차 세계대전 후 루르지방을 중심으로 이뤄진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곳이다. 베커 국장은 “독일의 연방주경제개발공사 중 한국에 독자 대표부를 둔 곳은 NRW경제개발공사(한국 대표 김소연)가 유일하다”며 “그만큼 우리는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NRW연방주는 한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적극적이었다”며 “우수한 공대와 연구소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NRW인베스트는 법인 설립 절차와 기업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기업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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