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광우병 파동’이 2008년 전국을 뒤흔들었다. 공산품을 찍어내듯 대규모로 이뤄지는 공장식 축산이 광우병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도 공장식 축산 과정에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원인이 됐다. 공장식 축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고 광범위하다.
미국 저술가 케이티 키퍼가 쓴 《육식의 딜레마》는 이런 육류산업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 책이다. 공장식 축산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게 많다는 점을 저자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은 많은 고기를 싼 가격에 시장에 공급한다. 그 덕분에 많은 이가 고기맛을 볼 수 있고 축산기업에 취직해 돈을 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모두가 떠안아야 하는 ‘비용’이 있다.
공장식 축산시설의 환기장치를 통해 뿜어져나오는 먼지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을 퍼뜨려 사람들이 질병에 약해지게 했다. 공간효율을 생각하는 축산업자 때문에 동물은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다. 부유한 국가의 기업들은 빈곤국의 땅을 구입해 거기서 동물을 키웠는데 이는 현지의 물이나 옥수수 등을 소비해 그 나라의 기아를 심화시켰다.
그렇다면 공장식 축산을 멈추는 게 답일까. 저자는 이런 생각은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잘라 말한다. 다만 소비자들이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단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축산기업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생태농업적 축산모델을 개발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기를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강경이 옮김, 루아크, 252쪽, 1만4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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