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양자컴퓨터 속속 도입… "신제품 개발·기술혁신에 활용"

입력 2017-09-15 19:14  

슈퍼컴보다 연산능력 뛰어나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 상습 정체지역 데이터 수집
자율주행차 개발 등 나서

'합성고무 제품 생산' JSR "신소재 개발 속도 높일 것"



[ 도쿄=김동욱 기자 ]
슈퍼컴퓨터보다 연산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양자컴퓨터를 도입하는 일본 제조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스텔스기 설계나 고성능 인공지능(AI) 개발 등을 위해 록히드마틴, 구글과 같은 미국 대기업이 주로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왔다. 일본에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중·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신규 사업 진출이나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확대되는 활용 영역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는 캐나다 디웨이브시스템스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도심의 자동차 정체 해소를 위한 실증실험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상습 정체 지역을 운행하는 자동차의 위성항법시스템(GPS) 데이터를 수집해 양자컴퓨터가 주행 중인 수백 대 차량이 목적지까지 가는 최적의 길을 실시간으로 찾아낸다는 것이다. 회사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이나 물류산업 효율화 등에도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수의 차량이 최적의 길을 동시에 찾으려면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더라도 수십 분이 소요됐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양자컴퓨터로 중국 베이징에서 벌인 실험에서 420대 차량의 최적 경로를 수초 만에 찾아내면서 양자컴퓨터의 우수성이 부각됐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축적한 기술은 차세대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적용해 차량 정체를 피하는 길을 찾는 데 활용하거나 자율주행 기능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덴소는 관련 기술을 2020년대 전반까지 실용화한다는 목표다.

타이어 같은 합성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화학업체 JSR도 신소재 개발에 미국 IBM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IBM에 사원을 파견해 운용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 2025년께 양자컴퓨터를 본격 운용하는 것이 목표다.

방대한 분자 데이터를 분석해 신소재를 개발하는 화학업계에선 종전보다 수천 배 빠른 연산속도를 자랑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신소재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열한 개발 경쟁

양자컴퓨터라는 개념은 1982년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교수가 처음 제시했다. 이어 1985년 데이비드 도이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구체적인 개념을 정리했다.

2011년 디웨이브시스템스가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했다. 기존 컴퓨터와 달리 전자 등 양자역학적 물리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차세대 컴퓨터다. 연산속도가 빨라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극소수의 미국 대기업이 주로 사용해 왔지만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AI 발전과 맞물려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자율주행, AI, 화학업체뿐 아니라 빅데이터 활용을 노리는 서비스업체, 물류업체 등에서도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유전자 염기배열 조합 분석 속도도 빨라져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서도 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다 보니 각국 간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미국이 연간 1억8000만달러(약 2045억원)를, 영국이 5년간 3억3600만파운드(약 5112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10년간 2억2700만유로(약 1조2788억원) 규모의 양자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은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10년간 300억엔(약 3069억원)을 투입해 실용화를 앞당길 방침이다.

지금은 디웨이브시스템스가 양자컴퓨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디웨이브시스템스의 양자컴퓨터는 소비 전력이 슈퍼컴퓨터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가격은 205억원을 밑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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