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학비 인상 등 논의테이블 참여
"국·공립 확대" 주장도… 수세 몰려
사립유치원들이 18일 예고한 집단휴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주말 사이 수차례 입장을 뒤집으며 혼선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와의 ‘휴업 철회’ 합의는 지켰으나 여론의 역풍을 자초한 꼴이 됐다.
◆ 혼선 키운 사립유치원 '오락가락 행보'
최악의 보육대란은 피했다. 한유총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 소속 전국 지회가 18일 정상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정혜 이사장은 “휴업 예고, 철회, 번복 등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불편과 혼란을 끼쳐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지난 15일 오후 교육부와 만나 극적으로 휴업 철회를 결정한 한유총이 ‘합의 결렬’ 입장을 낸 것은 토요일인 16일 새벽.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번복했다. ‘딜’을 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학비 인상 등 합의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교육부 고위관계자 발언을 문제 삼았다.
교육부는 집단휴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같은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휴업 유치원에는 우선 감사를 벌여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원감축, 모집정지, 지원금 환수, 유치원 폐쇄 등 강도 높은 행·재정 제재도 거론했다.
이에 한유총 내 강경파로 알려진 투쟁위원회가 ‘무기한 휴업’도 불사하겠다면서 맞불을 놨지만 거기까지였다. 한유총 지도부가 “일부 강경파 의견일 뿐”이라며 교육부와의 합의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오락가락 번복 사태는 일단락됐다.
◆ 3중고에 무너진 한유총…목소리 통할까
한유총 내부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도부는 지난주 정부와 물밑 접촉을 시도한 끝에 휴업 철회에 합의했다. 정작 투쟁위는 이 내용 자체를 몰랐다. 한유총 투쟁위 관계자는 “교육부와 합의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합의 결렬과 휴업 강행, 무기한 휴업 검토 등 강경 메시지는 투쟁위의 독단에 가까웠다. 대외적으로는 ‘번복’이었으나, 실은 내부 교통정리에 실패한 탓에 강경파와 온건파가 각자 입장을 냈던 것이다.
정부 압박도 사립유치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교육부는 유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강력 제재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간 단일 대오를 유지하던 사립유치원들이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한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평이다.
싸늘한 여론까지 더해졌다. “사립유치원이 아이들을 볼모로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여기에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에도 사립유치원 학비 부담이 체감할 만큼 줄지 않았다는 학부모들의 누적된 불만이 깔려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학부모들 여론이 휴업 철회를 이끌어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휴업 철회에 따라 일단 정부와의 논의 테이블은 차려진다. △누리과정 지원금 등 유아학비 인상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수립시 사립유치원 참여 △사립유치원 설립자 기여분 및 재산권을 감안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 등을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사립유치원 측은 상당 부분 협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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