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 뒤 발표 내용 조율
"800만달러 대북지원 언급 없었다"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대북제재 공조 등 논의할 듯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7일 전화통화는 이날 새벽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두 정상은 통화에서 한·미 공조, 연합방위태세 강화,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 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통화 내용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문 대통령이 미국산 최첨단 무기 도입에 대해 미국 측에 협조를 구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통화에서 미사일 협정 개정(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과 첨단 무기 도입에 대해 협력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동맹 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나는 일본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상당히 증가한 규모의 매우 정교한 군사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지난 1일과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십억달러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를 승인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한국이 구입할 첨단 무기의 종류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에 첨단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 승인이 별도로 필요하다.
한·미 양국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제안으로 이번 통화가 끝난 뒤 발표문 내용을 세밀하게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상 간 통화 뒤 발표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 점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화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과 관련된 대화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 검토나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 검토, 전술핵 재배치 등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출국한다. 한·미 정상은 오는 21일 뉴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오찬을 겸한 3자 간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가운데 한·미·일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미·일 정상회담 외 미국과의 양자 간 정상회담은 조율 중이라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에는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국제사회가 단합된 행동을 보여줄 것을 적극 요청하는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