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한국 근현대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는 1960년대 중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추상미술에 본격 눈을 떴고 인생의 역작인 ‘점화’를 쏟아냈다. 청색에서 시작해 점차 검은색, 황금색, 청록색 등 다양한 색감으로 진화한 그의 점화는 최근 40억~60원대까지 치솟으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상위 1~6위를 휩쓸었다.
김환기의 희귀한 점화를 비롯해 장욱진, 천경자,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김창열의 작품과 황염수, 김종학, 이왈종 등 국내외 유명 화가의 그림, 고미술품 등 173점이 경매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19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여는 제147회 가을 메이저 경매를 통해서다. 전체 출품작의 낮은 추정가는 120억원에 달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16억~25억원에 나온 김환기의 청록색 전면 점화 ‘무제’. 뉴욕 체류 시절 고심하며 제작한 작품으로 청색빛이 살짝 감도는 녹색을 띠고 있어 색조면에서 상대적으로 희귀하다. 서울옥션 측은 “그림 뒷면에 전시 출품 내역과 함께 ‘not for sale(비매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며 “1978년 뉴욕 포인텍스터갤러리가 프랑스 파리 국제아트페어 피악(FIAC)에 출품했으나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여사가 판매를 원치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수근 장욱진 천경자 등 유명 화가의 작품도 골고루 출품됐다. 쭈그리고 앉아 지천에 깔린 나물을 채집하는 어린 소녀들을 화강암 같은 질감으로 잡아낸 박수근의 1961년작 ‘나물캐는 소녀들’은 추정가 3억~5억원에 나온다. 머리에 꽃장식을 한 여성을 차지게 그린 천경자의 1977년작 채색화 ‘여인’(4억~7억원), 전통 가옥의 처마 끝에서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그려 동화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는 장욱진의 작품, 색면추상화가 유영국의 1988년작 ‘Work’도 새 주인을 찾는다.
고미술품으로는 조선 말 인물화로 유명했던 석지 채용신(1850~1941)이 고종 승하 이듬해인 1920년에 그린 곤룡포 차림의 ‘고종황제어진’이 나와 있다. 일본에서 귀환한 단원 김홍도의 ‘화첩’(추정가 4억~10억원),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작품과 제작연도가 같고 화풍이 비슷한 ‘조선통신사행렬도’(추정가 1억5000만~3억원)도 경매에 오른다. 출품작은 18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직접 만날 수 있고, KT 올레tv 889번을 통해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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