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5명 무더기 기소
제2금융사 직원 뇌물 받고 가담
[ 박진우 기자 ]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육류담보대출’로 5700억원대 사기를 친 수입육 유통업자와 대출 중개업자, 창고업자 등 일당 45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진원)는 14개 금융회사에 577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수입육 유통업체 워너기업의 대표 정모씨(52) 등 유통업자 10명과 대출 중개업자 심모씨(49)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을 도운 창고업자 전모씨(62)와 금품을 받고 대출 편의를 제공한 혐의(특경법상 수재)로 대형 보험사 직원 이모 팀장(46) 등 3명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5년 4월부터 작년 말까지 저가 수입육을 고가로 속여 대출받거나 하나의 담보로 중복 대출을 받아 금융사에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육류담보대출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는 두 가지다. 대출 중개업자가 수입육을 감정해 금융사에 제출하는 담보물 심사평가서와 유통업자가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길 때 창고업자가 발행하는 담보확인증이다. 창고업자는 창고에 보관된 고기를 고가 품목으로 바꿔 이체확인서를 조작했다. 하나의 담보로 확인서를 중복 발급했다. 50개 유통업체가 총 7개 조직으로 나뉘어 서로 대출 한도를 빌려준 뒤 대출금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정씨는 대출 중개업자 심씨 등과 결탁해 고기 가격을 부풀려 허위로 담보물 심사평가서를 작성했다. 유통업자는 대출 한도를 늘리려고 금융사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사 직원들은 창고에 보관된 수입육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대출 한도를 계속해 증액시켰다. 통상 3개월 안팎으로 상환이 이뤄지는 육류담보대출을 통해 연 10% 이자수익을 누린 금융사들은 담보물 심사평가서와 이체확인서만 믿고 거액을 대출해 줬다.
대출 한도를 늘리는 과정에서 허위로 일으킨 매출에 대한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입육 유통업자들은 업체 간에 수입육을 거래한 것처럼 속여 매출을 발생시켰다. 금융사들은 거액의 대출을 해 주면서 선박회사가 화주에 발행하는 선하증권(B/L)에 기재된 수입육 번호도 금융사들 간에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육류는 담보물 등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복 담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피해액을 키웠다. 검찰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이 담보물에 대한 정확한 감정과 공시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 육류담보대출
육류를 담보로 하는 동산담보대출. 육류 유통업자가 창고업자로부터 발급받은 담보확인증(이체확인서)을 통해 금융회사에서 대출받는 구조. 대출 기간이 짧고 이자율이 높아 2금융권 회사 투자 비중이 높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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