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아니라 침략자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등장한 시위 문구다. 흥분한 시위대는 호텔 창문을 깨트리고 관광식당에 연막탄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는 다른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이탈리아 관광명소 베네치아에도 “관광객은 꺼져라!”는 팻말이 나붙었다. 주거지역이 관광지로 변하고 임대료가 치솟자 쫓겨날 위기에 몰린 주민 2000여 명이 들고일어났다. 1950년대 18만 명에 이르던 주민 수는 5만5000여 명으로 줄었다. 관광객은 하루 7만~9만여 명, 연간 2500만 명에 이른다. 주민들은 “몇 년 내 중국인까지 떼 지어 올 텐데 생각만 해도 지옥”이라며 비명을 지른다.
이들만이 아니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등 대도시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등장한 이후 더 심해졌다. 집 주인들이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에게 집을 더 많이 빌려주면서 현지인의 갈 곳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외국인에게 관광세를 매기겠다는 도시가 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1인당 하루 10유로(약 1만3500원)의 관광세 부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엔 기존 숙박비에 포함된 세금 5%를 6%로 올리기로 했다. 영화 ‘겨울 왕국’으로 유명한 노르웨이도 관광세 신설을 검토 중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외 도시까지 관광세 부과 대상을 넓힐 방침이다. 주말과 휴일엔 외지 승용차에 진입세를 물리자는 소리도 나온다.
관광세는 숙박세나 도시세 등의 명칭으로 불린다. 1910년 관광숙박세법을 도입한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도시진입세’를 거두고 있다. 미국도 호텔세를 거둔다. 젊은이들이 묵는 호스텔까지 1~1.5%를 물린다. 그랜드캐니언 같은 국립공원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역시 황산에 오르려면 입산료와 케이블카 요금으로 6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관광세는 나라마다 액수나 형태가 다르지만 여행자에게 부과하는 인두세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반발도 만만찮다. 인프라 확충 없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다 문제가 생기자 돈을 더 걷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북핵이나 사드 문제로 관광객이 줄어 걱정인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부러울 정도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무료다. 국립공원 입장료(2000~3500원)도 문화재 보호 명목이지 입산료가 아니다.
공짜 심리가 만연하니 배려심도 부족하다. 오죽하면 한 벽화마을 주민들이 벽에 붉은 페인트를 덧칠해버렸을까. 그렇잖아도 볼거리 팔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없는 ‘4무(無) 관광’이란 소릴 듣는데, 이 와중에 관광세 없는 한국으로 오라고 외국인을 꼬드기면 오기나 할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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