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성 '슈트'에 빠지다

입력 2017-09-17 19:49  

실용적인 소재 제품 늘어
구호·미샤 등 품목 두 배 ↑
"가을·겨울 체크정장 유행"



[ 이수빈 기자 ] 요즘 백화점이나 거리의 여성복 매장에 가면 출입구 옆 마네킹에 슈트(정장)가 입혀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슈트를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두는 것은 고가 브랜드 매장뿐만이 아니다. 나인, 자라, 코스 등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매장에서도 올 가을·겨울 시즌 주력 상품으로 슈트를 내세우고 있다. 구호, 나이스크랍, 미샤 등 여성복 브랜드들은 올 가을·겨울 시즌 여성 정장 품목 수를 2배로 늘렸다. 갤럭시 등 남성복 브랜드들이 정장 품목을 10%가량 줄인 것과 다른 모습이다.

◆“전문성 있다는 인상 준다”

여성복 시장에 슈트 열풍이 불고 있다. 활동하기 편한 소재의 슈트들이 나오면서 ‘슈트는 딱딱한 옷’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있다. 여러 슈트를 다양하게 활용해 회사에서뿐 아니라 퇴근 뒤 일상에서도 즐겨 입는 소비자가 늘면서 슈트가 실용적인 옷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금지 롯데백화점 여성복 바이어는 “슈트를 입으면 전문성이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용적인 슈트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여성복 브랜드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시장조사 결과 20~30대 직장인들이 ‘옷 살 데가 없다’고 느낀다는 점을 발견했다. 김현정 구호 실장은 “캐주얼 여성복은 회사에서 일할 때 입기 어렵고, 정장은 비슷비슷한 검은색 투피스밖에 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상견례에 입고 나갈 만한 디자인이 아니라 실용적 슈트를 원하는 수요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 구호는 여성복 중 처음으로 정장 전문 ‘에딧’라인을 내놨다. 올해 봄·여름 시즌 구호 에딧라인은 생산량의 80% 이상이 팔려나갔다. 김 실장은 “에딧라인이 인기를 끌면서 40~50대 위주였던 구호 소비자층이 20~30대까지 넓어졌다”고 말했다.

◆홈쇼핑서도 정장 인기

다른 브랜드에서도 여성 슈트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미샤는 올해 봄·여름 시즌 출시한 슈트가 계속 완판(완전판매)돼 15차례 추가 생산했다. 롯데백화점 나이스크랍 매장에서도 상반기(1~6월) 정장 전체 물량 중 71.3%가 팔렸다. 홈쇼핑에서도 슈트는 인기다. CJ오쇼핑의 단독브랜드인 ‘VW베라왕’이 올봄에 선보인 ‘베라 수트’는 방송 5회 동안 3만 세트가 팔렸다.

패션업체들은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슈트 품목을 더 늘렸다. 구호는 38종류이던 슈트 품목을 60품목으로 늘렸다. 미샤도 작년 5품목이었던 슈트를 13품목으로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보브는 지금까지 판매하지 않았던 여성정장을 새로 출시했다. 여성복 SPA 브랜드 ‘나인’은 가을·겨울 시즌 신상품인 체크 정장이 매장에 들어오는 대로 팔려나가자 5차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

올해 가을과 겨울엔 체크무늬 정장과 허리 라인이 잘록하게 들어간 디자인이 유행할 것으로 업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체크무늬 재킷은 청바지와 함께 입는 식으로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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