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이름은 왜 어려울까

입력 2017-09-18 13:51  



(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SB3’의 유럽이름이 지난 15일 공개됐습니다. ‘온트루잔트’라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길이마저 긴 독특한 이름인데요. 그동안 프로젝트명으로 부르다가 판매 허가가 임박하자 이름을 최종 확정한 겁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제품 이름을 짓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제품 이미지와 효과, 오리지널 제품 이름과 유사성, 성분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기 때문인데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의 특성상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름을 짓는게 관건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이름만 전문적으로 지어주는 네이밍 업체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시장의 특성상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명도 다릅니다.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미국에서는 ‘인플렉트라’로 판매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는 미국에서 ‘렌플렉시스’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레미케이드는 인플릭시맙(infliximab)이라는 성분으로 만들어지는데요. 램시마는 레미케이드라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RE’ 음절이 겹치고 인플렉트라는 플릭시맙이라는 성분명과 ‘FL’ 음절이 같아서 쉽게 연상이 가능합니다. 플릭사비와 렌플렉시스에도 ‘FL’이 들어가는데요. 이처럼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은 오리지널 제품과 성분명을 고려해 제품명을 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트루잔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요. 셀트리온이 개발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는 ‘HER’이라는 단어가 같아 이해가 되지만 온트루잔트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보입니다. 실마리는 허셉틴의 성분명인 트라스트주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단일항체의약품의 성분명은 마지막이 맙(mab)으로 끝나는데요. 항체의 기원에 따라 쥐의 항체면 -momab, 인간항체 부분이 70% 이상인 쥐-사람의 키메라 항체면 -ximab, 인간항체가 90% 이상인 인간화 항체면 -zumab, 완전 인간항체면 -umab이 붙습니다.

작명법은 ‘표적부위+항체의 기원+mab’ 순서로 짓는데, 표적부위가 ci면 순환기계, li는 면역계, os는 뼈, tu는 암세포에 작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허셉틴의 성분인 트라스트주맙(Trastuzumab)은 ‘tu’+‘zumab’이기 때문에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인간화 항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치료제는 유전자 검사에서 HER2가 양성인 경우 암세포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표적 단백질만을 공격하는데요. 그래서 허셉틴, 허쥬마에 ‘HER’을 붙였다고 보면 됩니다.

온트루잔트(ontruzant)에는 직접적으로 ‘tu’나 ‘zu’가 들어있지 않지만 ‘truzan’에서 트라스트주맙이라는 성분명을 얼핏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온트루잔트는 유럽에서만 판매되는 제품명이고 만약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면 다른 이름이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에서는 허셉틴의 특허가 2019년에야 끝나기 때문에 약 2년 뒤 FDA 허가가 임박할 때 쯤에서야 미국명이 공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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