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비정규직 시급 830원 인상 속 홍익대만 '100원'…왜?

입력 2017-09-18 14:25   수정 2017-09-18 14:28

홍대, 나홀로 최저임금 인상 요구


올해 대학들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을 일제히 인상한 가운데 홍익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집단해고와 점거농성 사태가 이어지며 학교 청소노동자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홍익대가 또 한 번 '나홀로 갈등'을 빚는 것이다.

지난 15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홍익대분회 조합원들은 학교 본관 앞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급 인상요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학교측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달 4일부터 매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이 시위에서 외친 '홍익대도 시급 830원 인상하라'는 구호에 핵심 쟁점이 담겨있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급은 6950원인데 용역업체는 시급 100원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키로 결정하면서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동덕여대·덕성여대 등 서울 지역 대부분 대학이 시급을 830원 늘어난 778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사실 법적으로는 이들 대학이 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할 의무가 없다. 대학 환경미화·경비노동자 등 비정규직은 주로 용역업체를 통해 대학에 간접고용 됐기 때문이다. 다만 사실상 원청 격인 학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재원 조달이 힘들다는 점에서 대학 의지가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대학 총장이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유라 입시 및 학사비리 사태로 최경희 전 총장이 물러난 뒤 '촛불 총장' 김혜숙 총장이 취임한 이화여대를 비롯해 대부분 대학이 직·간접적으로 나서 합의점을 찾았다. 다른 대학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비교적 원만하게 타결된 반면 홍익대만 유독 갈등을 빚는 데는 그간 쌓인 학교와 노동자 간 불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익대 본부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갈등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한 노동자들은 새 용역업체가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2011년 집단해고를 당했다. 그러자 노동자들이 49일간 농성을 벌이며 사회적 이슈로 비화했다. 최근 들어 노조와 대학 간 '폭행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관계자는 "학교가 용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실권을 쥔 법인 이사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용역업체와 논의 중이다. 입장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급 인상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일 대규모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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