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한때 400달러 돌파
기술력 알리며 자금 조달
'기업공개 우회 수단' 지적도
[ 김태호/강영연 기자 ] 의료정보 블록체인 업체 메디블록을 비롯해 올해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20여 곳이 가상화폐공개(ICO)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들이 ICO에 몰리는 이유는 지분 희석 없이 사업 자금을 비교적 간편하게 조달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홍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식 대신 가상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현행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공모 규제도 받지 않는다. 기업공개(IPO)의 벽을 넘기 어려운 업체들이 ICO 시장에 몰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CO 붐은 비트코인 이후 등장한 이더리움의 성공이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작가인 비탈리크 부테린(23)이 2014년 고안한 이더리움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ICO 사례로 꼽힌다. 화폐 기능만 하던 비트코인에 계약 기능을 포함시킨 2세대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은 입출금만 가능하지만 이더리움은 부동산 및 인수합병(M&A) 계약까지 할 수 있다. 이용자 계약을 전자화해 기록한 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이 이더리움 기반 기술로 기업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등 사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이더리움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폭등했다. 2014년 1달러를 밑돌던 1이더리움은 지난 6월 한때 40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이더리움에 이은 후속 가상화폐 중에서도 성공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3월 ICO를 한 중국판 이더리움 퀀텀(QTUM)은 가격이 50배 이상 뛰었다. 올 들어 발행된 신규 가상화폐 테조스(Tezos)와 파일코인(FileCoin)은 각각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제2의 이더리움’을 목표로 가상화폐 발행에 속속 나서고 있다.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소개하면서 ICO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도 이더리움처럼 새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신규 가상화폐 가격이 초기 발행가보다 100배 이상 급등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ICO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뭉칫돈이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태호/강영연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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