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6개 회사 사들였지만 부채비율 40%에 불과
올해 영업이익 29% 오를 듯
[ 김익환 기자 ] 패션기업 LF는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인 명동과 압구정동에 빌딩 다섯 채와 2000억원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올 들어 넉넉한 자산을 토대로 부동산과 방송사, 식품업체 등을 줄줄이 사들였다. 패션업에 집중하는 보수적 사업행보에서 탈피하는 모습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 회사 기업가치도 개선됐다.
◆업그레이드된 기업가치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F는 800원(2.94%) 하락한 2만64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7일 연중 최고가(3만2550원)를 찍은 뒤 한 달여간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연간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LF의 기업가치가 올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LF는 1만9000~ 2만원대 초반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3월 중순 이후 오르기 시작해 8월 초순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LF가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3만~4만원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F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28.88% 오른 1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손실을 내던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데다 판매관리비를 줄여 실적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이 회사 목표주가를 4만원으로 제시했다.
LF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라푸마 매장과 브랜드 운영을 현지 업체에 맡기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 방식을 손질하자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자산주로서의 입지도 부각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순현금은 1760억원이다. 순현금은 현금성자산과 단기 금융자산에서 장·단기 차입금 등을 뺀 금액이다. LF는 서울 압구정동(다섯 채)과 명동(한 채)에 빌딩 다섯 채를 보유한 ‘빌딩부자’이기도 하다. 빌딩의 시장가치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F의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자산총계)은 0.74배에 머물고 있다.
◆M&A 시장서 두각
LF는 올 들어 식품업체만 세 곳을 인수하는 등 총 6건의 M&A를 단행했다. 여윳돈을 적극적으로 굴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식자재 유통업체인 구르메F&B코리아 지분 71.69%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로부터 360억원에 매입했다. 구르메F&B는 유럽에서 치즈와 버터, 푸아그라를 비롯한 식자재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작년에 매출 301억원, 순이익 18억원을 올렸다.
올해 초엔 스파클링와인 버니니 등을 수입해 유통하는 주류업체 인덜지 지분 53%를 62억원에, 일본 식자재 업체인 모노링크 지분 100%를 364억원에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행전문채널 폴라리스TV를 운영하는 (주)뉴폴라리스 지분 100%를 3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올 들어 6건의 M&A를 하면서 인수금으로 1466억원을 썼다. 적지 않은 인수대금을 썼지만 올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40.94%에 불과할 만큼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패션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관련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식품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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