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소비재산업은 주력산업 정체 극복 대안
부가가치 높이도록 법적 뒷받침 서둘러야"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
생활소비재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4월 ‘생활소비재산업 고부가가치화 및 경쟁력 강화 지원법’이 발의된 데 이어, 19일에는 법안 대표 발의자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활소비재산업은 문구 가구 귀금속 위생용품 주방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이를 충족하려는 고품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산업이다. 한국도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심미성 상징성 자기만족과 같은 주관적 욕구 충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소비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생활소비재산업은 고용 규모가 22만여 명으로 자동차 일반기계 음식료 다음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경공업 특성상 인력 수요가 많아 제조업에서도 고용 규모가 크고 여성 고용 비중이 32%를 차지하는 등 취약계층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의류 주얼리 가방 안경 등은 디자인 콘텐츠 정보기술(IT)융합 등 창의적 접근성으로 경쟁력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용이하다.
아울러 생활소비재산업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지속성장이 가능하고 제품 차별화 및 고급화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류 확산과 함께 국내 생활소비재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성장 정체로 인한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생활소비재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직면한 것이 현실이다. 2015년 12월 산업연구원의 생활소비재산업 경쟁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경쟁력(100)을 기준으로 가격은 중국이 116.4, 품질은 유럽연합(EU)이 110.1, 기술은 미국이 111.3, 디자인은 EU가 112.6, 브랜드는 EU가 114.5 등으로 중국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는 브랜드 디자인 품질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
일례로 문구산업은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열세로 후발개도국에 잠식당했고, 고급 브랜드 상품 시장은 차별화 제품의 개발력과 브랜드 구축 미흡으로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 215조원의 성장산업인 귀금속산업도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큰 지식기반형 친환경 문화산업임에도 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해 브랜드를 이끌 고급인력 부족과 기술가 양성이 어려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생활소비재산업 관련 예산은 부족하고 관련 법규는 미비하다. 창의적인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그동안 중화학공업에 비해 정책적으로 소외돼온 국내 생활소비재산업에 대한 재조명과 재생 가능성을 모색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2만여 명의 생활소비재 종사자를 대표하는 민생법안인 ‘생활소비재산업 고부가가치화 및 경쟁력 강화 지원법’은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 거버넌스와 관련 인프라 구축 및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새로운 도약 혹은 쇠퇴의 갈림길에 선 생활소비재산업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만들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돼 정책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생활소비재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혁신기반 조성을 통해 생활소비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10년간 연평균 생활소비재산업의 수출은 8%, 일자리 창출은 3.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소비재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생활소비재산업 육성 전략 및 법제화는 국내 주력 산업의 성장 정체와 소비재 수요 증가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필수 과제라고 할 것이다.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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