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후보 낙마로 재미본 '동성애 프레임', 김명수에도 통할까

입력 2017-09-19 15:39   수정 2017-09-19 15:48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가 길어지면서 여론 고지 선점을 위한 기싸움이 치열하다.특히 김 후보자에게 ‘동성애 옹호자’ 프레임을 씌우려는 자유한국당과 ‘사실을 호도한 마녀사냥’이라며 반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다.

‘동성애 프레임’은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낙마때 보수 야당이 쏠쏠하게 효과를 본 전략이다.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 압박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여당이 대법원장 후보자를 겨냥한 한국당의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근 자고 일어나면 ‘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켜달라’는 문자가 와 있다”며 “우리 사회가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도 거기 담는 내용은 퇴행적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지적했다.추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시티와 지역경제 활성화 토론회’ 축사에서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근거가 뭐냐고 묻자 그분이 동성애를 지지했다고 한다. 마녀사냥 같은 문자”라며 “그분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불합리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는 인권관을 가진 것이지 동성애 지지자가 명백히 아니다”고 반박했다.그러면서 “(이런 문자는) 우리 사회에 마수를 거는 데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우 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동성애에 관한 입장, 사법개혁 방향을 두고 기독계를 중심으로 여러 오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논란이 되는 성소수자 인권 관련 학술 행사는 후보자가 회장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행사 주관한 게 아니라 공동주최한 서울대 공익법센터가 앞장선 것이고 후보자는 인사말을 한 게 전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국제법인권연구회 회장으로 있을 때 열린 10개의 학술 대회 중 하나일 뿐이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학술대회인데 이를 근거로 동성애 지지자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는 “회장일때 열린 여러 행사 중 하나에서 인사말을 한 것을 갖고 한국당이 대법원장 후보자를 동성애 옹호자로 몰아가려고 한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을 야당 대표가 계속 확산시켜 사실 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법원장 후보 임명과 관련해 최근 여야 국회의원들에게는 찬성 문자 못지 않게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인준 반대 문자폭탄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오전까지 김명수 후보자 관련한 문자를 수천통 받았다. 헌재 소장까지 합치면 1만1000통에 달한다”고 전했다.상당수가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의 항의성 문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코드 인사’와 함께 동성애 옹호를 김 후보자 주요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정우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성 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들이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며 반대이유를 밝혔다. 그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등 국민 법 상식과 어긋나는 김명수 후보자 의식에 심각성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지난 11~1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동성애 찬반 여부를 김 후보자에게 줄기차게 몰아붙였으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보기 드물게 부동산 투기 등 청문회 단골메뉴인 5대 의혹에서 자유롭고 사법부 독립성 등에 대해서도 소신을 소상히 밝히자 한국당이 보수 기독교계가 민감한 동성애 문제를 무기로 내세우는 ‘우회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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