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국내 최대 재활요양병원 보바스기념병원 출자가 또다시 미뤄졌다.
서울회생법원 제14부(재판장 이진웅 부장판사)는 19일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 회생절차와 관련해 관계인 집회 및 특별조사기일을 갖고 호텔롯데의 회생계획안을 가결했다. 이번 안은 채권자들의 찬반투표에서 회생담보권자조와 회생채권자조로부터 각각 100%와 78.8%의 압도적 찬성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판결을 미뤘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인가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재판부가 회생계획안이 가결된 날에 최종 인가여부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재판부가 최종 선고를 이틀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쟁점이 첨예하거나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서는 당일이 아닌 신중히 심의할 시간을 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관계인 집회에는 박성민 전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이 출석해 “호텔롯데가 늘푸른의료재단에 출자하는 것은 이사회 구성권 취득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명백한 인수합병(M&A)”이라며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M&A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은 그동안 호텔롯데의 늘푸른의료재단 출자에 제동을 걸어왔다. 호텔롯데는 파산 위기에 놓였던 늘푸른의료재단의 출자 우선협상자로 지난해 10월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 1월 박 전 이사장이 법원의 회생계획에 승복하지 않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지난 7월 대법원이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회생절차가 재개됐다.
늘푸른의료재단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출연은 의료기관이 아닌 재단에 하는 것이고 호텔롯데가 선임할 수 있는 재단 이사의 비중은 20%에 불과하다”며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늘푸른의료재단이기 때문에 의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가결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늘푸른의료재단의 채무는 총 887억원이다. 이중 일반 채권자들에게 적용되는 변제율은 100%다. 재단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박 전 이사장과 특수관계자들의 채권도 80%까지 변제된다. 호텔롯데의 무상출연금 600억원 전액과 유상출연금 일부가 채무 변제에 쓰일 예정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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