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북한 완전 파괴할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다"

입력 2017-09-19 18:21  

첫 유엔총회 연설
"북한은 타락한 정권…핵무장 지켜볼 나라 없을 것"

'서울 중대위험 없는 군사옵션'은
김정은 암살·사이버전 해상봉쇄
미국 '특수전식 군사행동' 가능성

핵 시설 공습 가능성도 제기



[ 워싱턴=박수진/이미아 기자 ] 미국이 북한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파멸로 가는 길이라고 경고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적 옵션이 있다’고 언급했다. ‘외교적 해결 옵션 바닥’ 발언에 이어 미국의 대북 정책이 극단의 선택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북한은 타락한 정권”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타락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 직후 사망한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국가가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는 것을 흥미있게 지켜볼 국가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과 동맹국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화염과 분노’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북한과 그 자신을 자살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것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만이 유일하게 책임질 수 있는 미래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구체화되는 美 대북 군사옵션

하루 앞서 매티스 장관은 서울에 중대 위험을 주지 않는 군사옵션을 언급했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 선제 타격이나 예방 타격 등의 군사적 행동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을 위험으로 내몰 수 있어 ‘최후의 옵션’으로 간주돼왔다. 매티스 장관 자신도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북한을 절멸시킬 군사옵션이 있지만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서울에 피해가 없는 군사옵션으로 사이버전, 김정은 위원장 참수작전, 대북 해상봉쇄,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군사훈련 및 무력시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거론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시설만을 제거하되 김정은 정권은 보장한다’는 방식에 합의하고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실행하면 북한군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가 중국은 미국이 북한 핵무기 시설을 타격할 경우 묵인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 보도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미국과 중국 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이 심리전 차원에서 던진 경고성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군사분계선(MDL) 북쪽에 밀집 배치된 장사정포를 한 번에 무력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 전술핵 재배치 논의

매티스 장관은 또 지난달 30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내 전술핵 배치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미국이 전술핵 배치를 대북 옵션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13일 “우리는 핵 억제력을 갖고 있고 핵무기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유엔총회에 앞서 18일 전화통화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고, 북한에 최대한 압박을 가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이미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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