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논점과 관점] 기업에 필요한 '세 마디 말'

입력 2017-09-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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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경영 환경을 뒤흔드는 현안이 줄을 잇는데도 기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정부를 향해서건, 정치권을 향해서건 이해당사자로서 의견을 내놓으려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중국의 사드 보복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지만 모두가 숨죽인 채 움츠린 모습이다.

기업들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한다. 밉보여서 좋을 게 없는 만큼 지금은 정부 방침에 최대한 호응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정부가 부당 내부거래 및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마당이라 더욱 몸조심해야 할 처지다. 지난 5월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방침에 토를 달았다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질책당한 전례도 지켜봤다.

"얼마나 힘드세요"

이런 가운데 기업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론 눈치를 보며 현상 유지에만 몰두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기업과 기업인의 자긍심과 사기가 지금처럼 추락한 적이 있었을까 싶다”며 “우리 사회가 큰 위기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에다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계 편에서 기업을 다그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기업인의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토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세 마디 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인의 자긍심과 의욕을 서둘러 되살려내는 게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활력이 줄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누가 뭐래도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가 꼽은 ‘기업인에게 전해야 할 첫마디 말’은 “얼마나 힘드세요”다. 고용 창출의 주체이자 부가가치를 만들면서 세금을 내는 주역으로서 기업과 기업인을 격려부터 하자는 의미에서다. 기업이 계속 성장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도 더 많이 내도록 응원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회사를 성장시켰더니 온갖 규제와 제재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기업인의 하소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반기업 정서로 인해 기운이 빠진다는 기업인들도 꽤 있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기업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은 기업 기(氣) 살리기 정책을 통해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기업인들에게 “함께 해결책을 찾아봅시다”라고 얘기해야 하는 이유다.

이중삼중의 규제와 제재가 기업을 얼마나 숨막히게 하는지를 파악해 없애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지금 정기국회엔 기업을 겨냥한 규제 법안이 숱하게 올라가 있다. 기업들이 너나없이 아우성치고 있지만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을 강행할 태세다. 이래선 기업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롯데마트와 현대·기아자동차 등에 정부와 정치권은 과연 어떤 도움을 주고 타개책을 제시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믿습니다”라는 진심 어린 한마디를 기업인에게 건네야 한다는 주문이다. 일부의 잘못이나 과오를 마치 전체의 잘못으로 치부해 기업과 기업인 다수를 적폐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는 곤란하다.

‘반도체 착시’로 인해 가려져 있지만 경기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멈춰설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성장을 이루고 분배를 개선하며 일자리를 늘리려면 움츠린 기업들이 하루빨리 활력을 되찾게 해야 한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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