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 혁신가 코너 월시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연구소장
필요 부위 따라 소재 다른 '하이브리드 로봇' 각광
파킨슨병·뇌졸중 환자도 일반인처럼 걸을 수 있어
훌륭한 팀과 시너지·피드백 필수…기업과 협력해야
[ 김봉구 기자 ] 코너 월시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연구소장(사진)은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주목받는 혁신가다. 사람들이 흔히 연상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영화 ‘아이언맨’의 철갑형 금속 슈트 같은 것이었다. 월시 소장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이 입고 움직여야 하는데 무겁고 딱딱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부드러운 섬유 재질의 로봇 슈트를 착안한 배경이다. 이 슈트를 입고 다리를 들어올리면 옷감과 연결된 와이어를 당겨 평소보다 작은 힘으로 걸을 수 있다.
이처럼 그는 기술 못지않게 ‘인간’에 관심을 뒀다. 기술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는 금속 슈트지만 착용하는 사람에게는 체력 소모와 피로도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초 군사용으로 개발한 ‘소프트 엑소슈트’를 환자 및 장애인용으로 확장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월시 소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술과 인간 양쪽을 모두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월시 소장은 11월1일 글로벌 인재포럼 특별 세션에서 ‘소프트 웨어러블 로보틱스’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입을 수 있는 로봇이란 말이 독특합니다.
“금속으로 제작한 단단한 로봇의 이미지는 고정관념입니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1990년대 휴대폰 기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술 개발이 앞으로 더 이뤄져야 합니다. 미래에는 필요 부위에 따라 소재가 달라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세가 될 겁니다.”
▷상당히 실용적인 접근인 것 같습니다.
“강한 힘을 내야 한다면 금속 슈트를, 적은 힘을 들여 편하게 걷는 게 필요하다면 소프트 슈트를 택하겠죠.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작은 변화’일 수도 있어요. 소프트 슈트는 고령화 사회에도 적합한 모델입니다. 정상 보행이 어려운 파킨슨병 혹은 뇌졸중 환자나 노인들이 보통 사람 수준으로 걸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작은 변화가 삶에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손쉽게, 값싸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군사용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소프트 슈트는 미국 국방부 소속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지원으로 개발됐습니다. 병사가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걸을 수 있게 하는 데 역점을 뒀어요. 사람이 걷는 것을 돕는 기능이니 일상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더군요. 의료용 버전의 슈트는 조만간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바이오디자인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공학, 산업디자인, 의류, 의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모여 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려면 로봇공학부터 복장 설계, 생체역학, 물리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지식이 요구됩니다. 기술과 인간 모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융합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군요.
“이제 어느 한 분야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기술 개발에는 훌륭한 팀과 그들 간의 시너지, 그리고 피드백이 필수적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도 파트너가 돼 산학협력에 나서야 합니다. 기술이 사람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려면 말이죠.”
▷공동체 정신에 관심을 두는 게 인상적입니다.
“기술과 인간, 나아가 공동체는 분리된 게 아니니까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 개발이 목표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의료, 공동체, 연결 등이 연구의 키워드가 됐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하버드 의료기기 혁신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공학도가 디자인 개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죠. 핵심은 융합과 연결입니다.”
■ 월시 소장은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학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박사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연구소 설립 △미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워리어웹 프로그램 지원 △소프트 엑소슈트 개발 △미 국립과학재단(NSF) ‘커리어 어워드’ 수상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젊은 연구자상’ 수상 △《파퓰러 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Brilliant 10)
■ 웨어러블 로봇
옷처럼 입을 수 있는 로봇 기술을 말한다. 최근 의료공학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부문 중 하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상용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브라운대 등 임상시험에 성공한 곳도 몇 곳 안 된다. 누구도 아직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2013년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팀이 뇌파 감지 기술을 활용한 외골격 로봇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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