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성년후견제 도입
치매환자·고령자 후견인 선임
재산관리 등 법적 결정 맡겨
"성년후견제 신청 3년새 5배↑
전담 판사 등 인력 확충 절실…부처간 협업 체제도 필요"
[ 김주완 기자 ] “내년에 세계성년후견대회를 한국에서 열면 성년후견제도를 활성화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19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소순무 한국후견협회 초대 회장(사진)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치매 책임제도에서도 성년후견제는 법률복지 측면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며 “내년 세계 대회에서는 치매가 주요 논의 주제로 포함돼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재산 등도 정부가 어떻게 책임지고 도와줄 수 있는지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성년후견대회 유치
2013년 국내에 도입된 성년후견제는 치매, 정신질환 등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법원이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하고 돌보도록 하는 제도다. 후견인은 법원 감독 아래 피후견인이 하기 어려운 금융 업무와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고 신상 보호 역할까지 도맡는다. 이전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정신적 제약을 지닌 이들의 각종 권한 행사를 막는 제도였다면 성년후견제는 피후견인을 돌보는 데 집중한다. 또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피후견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조세소송 전문 변호사로 꼽히는 소 회장은 공익사단법인 온율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성년후견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4월 한국후견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세계성년후견대회는 각국의 법률가, 의학자,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이 모여 치매환자, 고령자, 발달장애인 등 의사결정 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국가별 제도와 활용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능력 장애인의 인권과 현안도 논의한다. 행사에 모인 전문가들은 각국이 추진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합의문도 도출한다. 첫 대회가 열린 일본 요코하마에서 발표한 ‘요코하마 선언’은 성년후견제도의 기본 이념과 역할 등을 담았다. 소 회장은 “내년 국내에서도 ‘서울 선언’을 도출해 성년후견제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회는 4회째로 내년 10월 열릴 예정이다.
사회안전망 대안으로 떠오른 성년후견제
소 회장은 성년후견제가 향후 한국 사회에서 핵심적인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고령자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가족 내에서 돌봤지만 요즘 같은 핵가족 사회에서는 힘들다”며 “성년후견은 앞으로 ‘남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성년후견제도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다. 법원의 후견 개시 사건 접수 건수는 시행 첫해인 2013년 637건에서 지난해 3209건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후견인 수(누적 기준)도 2014년 1595명에서 올 상반기 9108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성년후견제가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선할 점도 많다. 우선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 가령 독일 하노버시는 인구 60만 명에 성년후견 담당 판사가 17명, 사법 보좌관도 11명에 달한다. 반면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시를 맡고 있는 서울가정법원의 성년후견 담당 판사는 3명에 불과하다. 또 법원, 법무부, 보건복지부, 각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이 엮인 제도인데도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소 회장은 “복지부가 발달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공공후견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법원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국선 후견인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성년후견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 등 민간 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각 지역에서 민·관 합동으로 성년후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소 회장은 “일본은 최근 성년후견제의 신속한 정착을 위해 ‘성년후견제도 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성년후견제 이용 촉진회의를 개설했는데 이 회의의 의장이 총리일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글= 김주완 / 사진=김영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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