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출판사 위인전집 히트
부도 위기 때는 '아침햇살' 대박
"위기는 성장하는 길 열어줘"
2018년 초 렌털사업 재도전
혁신적인 생활가전으로 승부
[ 김정은 기자 ] “영업의 본질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그래야 지갑이 열리거든요. 한마디를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으로 하고 우리만의 차별화를 꾀하며 위기가 닥친다 해도 정면으로 돌파하면 됩니다.”
내년 초 렌털(대여)사업에 다시 뛰어드는 ‘왕년의 영업왕’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공개했다. 얼마 전 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석금과 웅진의 이야기’라는 사내 교육용 강연회를 했다. 네 시간짜리 강연엔 윤 회장의 지난 40여 년간의 ‘산전수전’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담겼다.
윤 회장은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영업사원은 책이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했지만 영어에 까막눈이었던 윤 회장은 뜬금없이 ‘문화’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 최고 지식의 보고(寶庫)인 백과사전이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다르게 클 것’이라고 설득했죠. 오늘날 스토리텔링 세일즈의 시초일 겁니다.” 영업사원 1년 만에 54개국 영업사원 중 1등을 했다.
미련 없이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1980년 그룹의 모태가 된 웅진출판을 세웠다. 웅진은 다른 출판사가 하지 않는 일만 했다. 전두환 정부 시절 과외를 금지하자 학원강사의 강의를 녹음해 팔았다. 테이프가 성공하자 한국 어린이의 얼굴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린 ‘어린이마을’을 조성했다. 5100만 권가량이 팔린 ‘위인전집’은 과장이 심했던 위인들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친근하게 바꿔놔 ‘노력하면 위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 윤 회장은 “많이 고민해서 창의적으로 접근했더니 차별화된 제품이 나왔고 대부분 성공했다”며 “혁신이 쌓여서 구름이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정면으로 맞섰다. 부도 상황에 처한 웅진식품을 포기하지 않고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을 출시해 ‘대박’을 쳤고, 외환위기가 닥치자 잘나가던 코리아나화장품을 과감하게 팔았다.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정수기를 나눠주기로 하고 ‘코디’로 불리는 주부사원들을 고용해 월 3만원을 받고 정수기를 빌려줬다. 국내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의 시작이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 대표가 나서서 직원들에게 진심을 전하면 분위기가 변한다”며 “위기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웅진그룹은 내년 초 렌털 사업에 다시 뛰어든다. ‘방문판매의 신화’를 쓰면서 성장한 웅진은 내년을 ‘그룹 재건의 해’로 삼아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윤 회장은 “렌털 서비스와 방문판매는 그룹의 시초이자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며 “웅진의 노하우와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첫 렌털 품목은 스마트 매트리스다. 이어 비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10여 가지 혁신적인 생활가전제품을 잇따라 선보인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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