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운용사들도 출시 추진했지만…거래소 "변동성 크다" 승인 안해
미국선 비트코인 관련 ETF 거래
[ 나수지 기자 ]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상품(ETP)이 해외 주요 증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당수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수백%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해외증시에 직접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관련 ETP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 200% 넘어
20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ETP 중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스웨덴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트래커 원(Bitcoin Tracker One)’이다. 비트코인 가격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이 상품은 올 들어 239.6%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비트코인 트래커 원은 홍콩 비트피넥스, 영국 비츠스탬프, 미국 지닥스 등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소 3곳의 하루평균 비트코인 변동폭만큼 수익을 낸다.
역시 스웨덴 증시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트래커 유로(Bitcoin Tracker EUR)’가 235.9%의 수익을 내 뒤를 이었다. 전 세계 상장 ETP 중 연초 이후 200%가 넘는 수익을 낸 건 비트코인 관련 상품뿐이다.
비트코인 트래커 원과 비트코인 트래커 유로는 모두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찬가지로 특정 지수나 자산가격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ETF는 추종하는 지수가 담은 주식을 실제로 매입하지만 ETN은 증권사가 수익률을 보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ETF와 ETN을 통틀어 ETP라고 부른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간접투자상품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해킹 등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며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공모 투자상품이 출시된 곳은 세계에서 스웨덴이 유일해 국내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중 온라인으로 스웨덴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를 통해 전화로 주문을 낼 수 있지만 체결까지 3거래일가량 걸리는 등 거래가 쉽지 않다. 이처럼 투자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일부 ‘스마트 투자자’는 해당 상품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액자산가 중 해외 비트코인 관련 금융투자상품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아직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을 고안했지만 한국거래소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첫 비트코인거래소인 코빗과 제휴해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지난 3월 비트코인 ETF를 상장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며 “변동성이 큰 데다 개인투자자들이 투기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당분간 관련 상품 출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투자 펀드에 일부 투자하는 ETF가 상장돼 있다. ‘아크 웹 X.0(ARK WEB X.0)’이 대표적이다. 이 ETF는 ‘비트코인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라는 펀드에 펀드 자산의 6.88%를 투자한다.
나머지는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ETF를 활용하면 일부지만 비트코인에 투자가 가능하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트렌드에도 동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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