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대법관 등 줄줄이 대기
여당, 대법원장 인준으로 협치 절감
청와대 "대통령 귀국 후 야당과 회동"
국민의당 "與 태도 지켜보겠다"
[ 김형호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을 계기로 여당 내에서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개혁 입법을 위해선 국민의당을 ‘고사 대상이 아니라 협치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에 이어 대법원장 인준도 난항을 겪으면서 121석 소수 여당의 한계를 절감한 데 따른 학습효과다. 신임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 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협치의 물꼬가 텄다”는 반응을 보이며 방향 선회를 시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1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국회가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와의 만남 등을 통해 앞으로 협치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번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당과 함께 가야 하는 큰 숙제를 안았다”며 “협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당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협치에 무게를 뒀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대법원장 인준안 통과로 협치의 물꼬를 텄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오시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당 대표를 모시겠다”고 말했다.
여당 안에서는 국민의당을 진정한 협치 파트너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매번 대법원장 인준안처럼 막판에 부탁하고 읍소하면서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며 “국민의당이 국정 운영에 필요한 동반자라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 추천이나 향후 예정된 헌법재판관, 대법관 임명 시 국민의당을 배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대법원장 인준안 설득을 위해 국민의당 의원 10여 명에게 전화했는데 그동안 여당이 보여준 행태에 서운해하는 감정이 많더라”며 “국민의당을 포용하면서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협치는 청와대와 민주당 태도에 달렸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이번에는 가결해주더라도 협치가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의해 거부되면 앞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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