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파업' 예고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입력 2017-09-21 19:25  

임금협상 지지부진에 투쟁 선포

"고객 볼모로 밥그릇 챙기기" 비판 거세



[ 박재원 기자 ]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추석 연휴 기간 파업을 예고했다. 회사를 압박해 지지부진한 임금협상을 끝내겠다는 의도지만 고객을 볼모로 한 제 몫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이날 사측에 ‘추석 연휴 파업’ 참가자 명단을 제출했다. 노조가 예고한 1차 파업 기간은 개천절과 추석 등이 포함돼 황금연휴라 불리는 10월1일부터 7일까지다. 참가 조종사는 총 390명으로 지난해 12월 11년 만에 파업에 들어갈 당시 제출한 211명보다 크게 늘었다. 노조는 8~14일 2차 파업에 참가할 조종사 명단도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다.


원인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지부진한 임금협상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에서 ‘37%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일반직노조 임금인상률(1.9%)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노조는 29% 인상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작년 말 파업에 들어갔다.

2015년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지난해 협상도 난항에 빠졌다. 노조 측은 2015년과 2016년 임금을 각각 4%와 7% 올리고 성과급 900%를 지급하라는 협상안을 올 4월 회사 측에 전달했다. 노사는 그러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종사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갈지는 노조원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된다.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찬성 쪽으로 나오면 바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장시간 임금협상이 지연되면서 조종사 노조 내부에서도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의지가 없는 사측에 맞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추석 연휴 승객을 볼모로 잡는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측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파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파업이 이뤄지려면 찬반투표를 통해 노조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노조 측은 이미 지난 파업 과정에서 찬반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재파업에 나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도 “노동조합의 2015년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효력은 현재까지 유효하므로 이를 타결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회사 측은 “파업 이유나 조건이 달라질 경우 반드시 그에 적합한 찬반투표가 필요하다”고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항공 측은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정상운항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노조원과 외국인 조종사를 투입하고 근무 일정을 조정하면 정상운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이 고용하고 있는 조종사는 약 3000명”이라며 “다수의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 의지를 거두고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억대 연봉을 받는 조종사가 여행객이 몰리는 황금 추석 연휴 기간 고객을 볼모로 무책임한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추석 연휴 기간 예약률은 90%에 달한다. 한 여행사 대표는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운항차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의 불안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파업에 불참하는 조종사가 대체 투입되더라도 피로 누적 등 안전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연간 평균 급여는 1억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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