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치매치료제(뇌기능 개선제)를 놓고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행정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지만,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려는 양사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웅제약은 22일 "종근당글리아티린은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복제약(제네릭)에 불과하다"며 "제네릭을 대조약으로 선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의 원개발사에서 원료만 받았을 뿐, 제조방식은 종근당이 가지고 있던 제네릭인 알포코와 동일해 원조약이 아닌 제네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웅제약의 주장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와 글리아티린의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원료를 받아 국내에서 생산한다.
2015년까지는 대웅제약이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가지고 있었다. 계약 만료로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원조약의 판권이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대조약을 글리아티린에서 종근당글리아티린으로 변경한다는 공고를 냈다.
대조약은 제네릭의 허가를 위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기준이 되는 약이다. 제네릭 허가를 위해서는 대조약과의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대웅제약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7월 식약처 대조약 변경 공고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식약처가 대조약 선정을 위한 의견조회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로 삼았다. 또 종근당글리아티린이 대조약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종근당도 대응했다. 종근당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대웅제약은 대조약이 글리아티린으로 다시 바뀌어도 허가를 취하했기 때문에 얻는 실익이 없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의 자격이 없어 행정심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행정소송 판결에서는 종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양사가 각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치매치료제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대리전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종근당에 뺏겼지만, 계열사 대웅바이오의 제네릭 '글리아타민'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종근당은 원조약 지위를 강조하며 글리아타민을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리아타민의 처방액은 154억원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성분으로 하는 의약품 중 가장 많았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124억원으로 2위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해 지난 18일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발표하는 등 치매치료제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치매치료제의 원조 및 선두 지위를 두고 양사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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