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 보수' 길 가는 한국당 "보이콧으론 한계" 숙제 떠안아
[ 김기만/유승호 기자 ]
제1당이지만 과반수에 못 미치는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선명한 색채를 드러냈지만 무력한 제1야당(자유한국당), 존재감은 과시했지만 내부 사정이 복잡한 제3당(국민의당)과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하는 제4당(바른정당).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소야대 4당 체제의 지형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여소야대를 절감했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의 반발을 불렀던 ‘땡깡’ ‘적폐연대’ 발언을 직접 사과하며 대법원장 인준에 협조를 요청했다. 임명동의안 통과가 무산됐다면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거취까지 위태로워질 상황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22일도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야권을 향한 구애를 이어갔다.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준안 통과 과정에서 경험한 협치 정신을 항상 되새기며 국민의 기대에 응답하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도 “여야 협치의 신호탄을 올린 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야당에 먼저 찾아가고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인준 과정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안철수 대표는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도 막힌 것을 뚫은 것은 국민의당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급할 때만 읍소하지 말고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은 향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인준 과정에서 드러난 지도부의 불협화음은 과제로 남았다.
자유한국당은 이번에도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선명 보수의 길을 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여당과 계속 각을 세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당이 국민의당하고만 손을 잡으면 원내 과반수를 채울 수 있는 상황에서 보이콧만으로는 여당을 견제할 수 없다는 점이 한국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바른정당은 인준 과정에서 구심력이 더욱 약해졌다. 바른정당은 대법원장 인준 반대 당론을 정했지만, 하태경 최고위원은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하 최고위원 외에도 인준에 찬성한 의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분 조짐까지 보였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하 최고위원을 두고 “별난 사람하고는 당을 같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이에 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어려움에 빠진 데는 한국당과 차별화하지 못한 원내대책 부재도 한몫했다고 반박했다. 바른정당 일부는 한국당과 보수 통합을 주장하고 일부는 독자세력화, 또 일부는 국민의당과 중도 연대를 추진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김기만/유승호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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