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원전 시민단체 잇단 어깃장에…끌려가는 신고리공론화위

입력 2017-09-22 19:12   수정 2017-09-23 07:02

충돌 계속되는 공론조사

자료집 제출 않고 버티다 "활동 보이콧" 으름장 놓더니
한수원 등 건설 찬성단체, 토론 활동에서 배제 요구
공론화위 갈등 조율 못한 채 요구사항만 정부에 떠넘겨



[ 이태훈 기자 ]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반대 대표단체인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최근까지 시민참여단에 배포할 자료집을 공론화위원회에 내지 않고 “공론화 활동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시민행동이 22일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며 태도를 바꾼 뒤 자료집도 24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공론화 활동 중단,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토론회 참여 배제를 새로 요구하고 나섰다. 건설 찬성 측에서는 “시민행동이 공론화 과정에 계속 딴지를 걸고 있다”며 “공정한 토론 및 공론조사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책 연구원 토론회 나오지 마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성 대표단체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다. 이 단체 회장사는 한수원으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사는 한국전력 삼성물산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원전 건설 관련 업체들이다. 원자력산업회의 관계자는 “한수원은 원자력산업회의 회장사이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라며 “건설 중단을 막기 위해 공론화위에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행동 관계자는 “공기업이자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한수원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정부 출연기관 연구원들이 공론화위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지역 순회 토론회를 진행 중이고 앞으로 TV 토론을 할 계획이다. 건설 찬성 측 전문가에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장,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 등이 포함됐다. 원자력산업회의 관계자는 “이달 들어 대전 광주광역시 등에서 토론회를 했다”며 “시민행동이 전문성에서 밀리는 듯하니 찬성 쪽의 전문가를 배제하라고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 의견 조율 못하는 공론화위

공론화위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설 찬성 측 요구도 전달했다. 찬성 측은 “정부가 개설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가 사실상 탈(脫)원전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산업부가 조치를 내려달라고 했다.

정부는 공론화위가 찬반 양측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각종 요구를 정부에 떠넘기는 데 불쾌한 기색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한다는 공론화위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라며 “다음달 20일 공론화위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쪽이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478명의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공론화위는 다음달 13~15일 나머지 두 번의 공론조사를 하는데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공부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론화위는 이르면 25일 자료집 인쇄 및 발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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