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얘기가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비가 올 때는 짚신장수 아들이 망할까봐 걱정하고 날씨가 맑으면 우산장수 아들이 망할까봐 걱정했다는 얘기다.
지난번 칼럼에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에 대한 이야기를 썼더니, 반대로 손발이 뜨거운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똑같이 손발에 관련된 증상인데 이렇게 정반대로 나타나니 오늘은 손발이 뜨거운 경우를 얘기해 보자.
가장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오심열(五心熱)’이다. 말 그대로 다섯 군데 심(心)에 열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오심은 양 손바닥 가운데와 양 발바닥 가운데, 그리고 가슴을 가리킨다. 즉 손발과 가슴에 열이 있는 증상인데 보통 몸이 허약해지고 진액이 말라 생겨난 허열(虛熱)이 손과 발쪽으로 몰려가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갱년기증후군’이다. 인체의 진액 성분에 해당하는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상대적으로 화나 열을 억제하는 힘이 약해지게 되기 때문에 인체에 쓸모없는 열이 손과 발쪽으로 몰려가게 되는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인데 과도한 부부관계로 인체의 정미로운 물질이 부족해지면 역시 같은 기전으로 손과 발에 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럴 때는 부부관계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흔한 경우가 바로 당뇨병을 앓고 있을 때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도 합병증이 문제인데, 손과 발에 말초신경장애가 생기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찌릿찌릿하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나다가 차츰 마비나 통증이 일어나게 된다. 온도에 대한 감각도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차갑고 시린 느낌이 심하게 들다가도 어느 순간 반대로 아주 뜨거운 열감을 느끼게 되는 사례가 많다. 이럴 때에는 당뇨병부터 치료하는 것이 근본치료가 된다.
하루 중 밤에 잠들 무렵 이런 증상을 느낄 때가 많다. 이는 충분한 숙면을 취하기 위해 몸속의 열을 발산시키기는 과정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몸이 더우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손과 발쪽의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바로 그 때문에 시원한 방바닥이나 창문에 손발을 대고 잠을 청해야만 한다고 말할 정도로 오히려 잠을 못 이루는 원인이 되므로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장동민 < 하늘땅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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