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3억 오른 사이 공시가격은 1억만 올라
상승분 반영 못해 실효성 '의문'
토지·상가 등 비주택 신고는 실거래가 3분의 1 수준 그치기도
국토부 "거래가격 3배 뛰어도 조세저항 때문에 조정 어렵다"
[ 김형규 기자 ]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아파트(전용면적 109㎡)를 7억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 같은 주택형은 지난 7월19일 15억3500만원에 팔렸다. 신고금액이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아파트 재산신고액이 실거래가액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맞아 실거래가는 급등했지만 신고 기준이 되는 평가액은 크게 오르지 않아서다. 재산공개의 실효성이 더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고가격 실거래가 절반 수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22일 두 차례에 걸쳐 고위공직자 재산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새 정부 들어 5월31일까지 임명된 고위직 인사 72명이, 이달엔 그 이후부터 6월 말까지 임명된 고위직 인사 114명이 대상이었다.
신고한 재산 중 아파트는 실거래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배우자가 소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이달 13억4500만~14억원에 거래됐다. 관보에 게재된 신고금액은 6억6800만원에 불과했다. 이 주택형은 최근 3년 사이에 3억원 급등했지만 공시가격은 같은 기간 1억원 상승에 그쳤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보유한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151㎡ 신고액은 7억3900만원이지만 같은 주택형이 두 달 전 15억원에 거래됐다. 현재도 층과 주택 크기에 따라 13억5000만~15억원을 호가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거주 중인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134㎡를 11억400만원으로 신고했으나 지난 7월 같은 주택형이 20억원대에 팔렸다. 이처럼 신고액과 실거래가가 차이 나는 것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4조의 2가 평가액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평가액이 없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실거래가로 산정한다.
재산목록을 공개하는 관보에 ‘가액(실거래액)’으로 표기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괄호 안에 실거래액이란 말을 넣어 마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신고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토지·상가, 실거래가 반영 비율 더 낮아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 상가 오피스텔 등 비(非)주택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더 낮다고 지적했다. 평가액이 아파트에 비해 더 낮아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아파트 72%, 토지 61%, 단독주택 59%, 상업건물 30% 등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토지와 상가는 표준화돼 있지 않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정부가 공시하는 가격이 낮다”며 “신고된 재산 중에선 실거래가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고가격 현실화에 미온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래가 반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아 매년 공시가격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거래가가 갑자기 뛰더라도 조세 저항 때문에 한꺼번에 이 비율을 조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정부 공시가격을 정하는 곳은 국토부여서 인사혁신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공직자윤리법과 그 시행규칙이 정한 대로 신고를 받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공직자 43명 중 15명 다주택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1차 공직자 재산 공개에선 청와대 고위공직자 15명 중 8명이 두 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배우자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재산 공개 대상자 중 가장 많은 93억19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장하성 정책실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잠실의 아파트와 경기 가평의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2차 공개에서도 청와대 고위공직자 28명 중 7명이 다주택자였다. 박형철 비서관은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151㎡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지분(137㎡ 중 22㎡)을 보유하고 있다. 신지연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도 서초구 서초동 유원아파트와 관악구 봉천동 관악현대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은 경기 성남시 분당의 159㎡ 아파트와 세종시 분양권을, 윤성원 청와대 주택도시비서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83㎡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 중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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