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마음의 내과 - 이병률(1967~)

입력 2017-09-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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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내과 - 이병률(1967~)

이 말이 그 말로 들릴 때 있지요 그 말도 이 말로 들리지요 그게 마음이지요 왜 아니겠어요 몸피는 하나인데 결이 여럿인 것처럼 이 사람을 귀신이라 믿어 세월을 이겨야 할 때도 있는 거지요 사람 참 마음대로지요 사람 맘 참 쉽지요 궤짝 속 없어지지 않는 비린내여서 가늠이 불가하지요 두 개의 달걀을 섞어놓고 섞어놓고 이게 내 맘이요 저것이 내 맘이요 두 세계가 구르며 다투는 형국이지요 길이가 맞지 않는 두 개의 자()이기도, 새벽 두 시와 네 시 사이이기도 하지요 써먹을 데 없어 심연에도 못 데리고 가지요 가두고 단속해봤자 팽팽히 와글대는 흉부의 소란들이어서 마음은 그 무엇하고도 무촌(無寸)이지요

시집 《찬란》(문학과지성사)中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마음이기도 하고, 하나가 아닌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조차 가늠이 안되는데, 하물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땐 다른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악한 마음과 선한 마음, 강한
마음과 약한 마음이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오늘은 선한 마음과 즐거운 생각이 공존하는 하루라면 좋겠습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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