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1C 들어 가장 북쪽 비행"
북한 '수폭 시험' 위협에 즉각 대응
"모든 군사적 능력 사용 준비…트럼프 메시지 명확히 보여준 것"
청와대 "한·미 긴밀한 공조"
"우리 공군 참여 안한 단독출격…전략자산 운용 협의하에 이뤄져"
문재인 대통령, NSC 열어 현안 점검
[ 이미아 기자 ]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8대의 전투기가 지난 23일 밤 북한 동쪽 공해상을 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사상 최고의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맞대응한 지 하루 만에 미국이 최고 수준의 무력 시위를 벌였다.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와 압박이지만 우발적 군사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北 경계선 최북단 출격한 ‘죽음의 백조’
미 국방부는 이날 “B-1B 랜서가 ‘F-15C 이글’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쪽 공해상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B-1B 랜서는 미국령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F-15C 전투기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각각 발진했다. 미 언론은 8대 전투기가 훈련에 참가했다고 전했지만 미 국방부는 B-1B와 F-15C가 각각 몇 대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 전투기나 폭격기 중 이번이 비무장지대 최북단으로 비행한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대변인이 언급한 지점은 북방한계선(NLL) 최북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폭격기와 전투기가 북한 동해 공해상까지 비행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또 야간에 전격 무력시위를 전개하고 미 국방부에서 직접 이를 발표한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홍성표 전 국방대 교수는 “B-1B와 같은 폭격기가 비밀 임무를 수행할 땐 전방 엄호기와 요격기, 전투기용 급유기 등이 편대를 이룬다”며 “이번에 B-1B가 F-15C와 동시 출격한 건 미국이 북한에 얼마든지 폭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靑 “한·미 전략자산 긴밀 공조”
B-1B의 이번 출격엔 우리 공군이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미 간 군사공조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를 의식한 듯 24일 “B-1B 출격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움직인 것”이라며 “우리 영해가 아니라 공해를 지나가는 것이어서 연합자산 운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최근 한반도 안보정세와 관련해 북한 주요 동향과 우리의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B-1B는 이번 무력시위에 앞서 북한의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전후한 지난달 31일과 지난 18일 잇따라 출격했다. 특히 18일에는 B-1B 2대와 주일미군에 배치된 미 전략무기인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우리 공군 F15K 4대와 연합훈련을 실시해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북상해 비행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B-1B는 위력도 위력이지만 미국령 괌 기지에 있어 비상시 가장 빨리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옥죄는 군사 압박의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이번 단독 출격에 대해 한국 정부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군사전문가는 “비록 겉으로는 한·미 군사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북 정책 노선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며 “북·미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우리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실상 우리 정부와 군에서 손을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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