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을 해야 입사할 수 있는 이 회사는?

입력 2017-09-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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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500m 암벽등반을 해야만 입사할 수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20년째 신입사원 공개채용 면접단계에 산행면접과 체력테스트가 포함돼 있어선데요. 아웃도어업체도 아니고 헬스장 프랜차이즈업체도 아닙니다. 국내 이불업체 이브자리입니다. 왜 이런 전형을 만들어두고 있는지, 체력에 자신이 없으면 가지 말아야 하는 회사인지 궁금하실텐데요. 얼마 전 이브자리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브자리는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총 3차례 면접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1차 면접은 PT면접, 토론면접, 실기테스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은 임원진 최종면접이지요. 이 사이에 보는 2차 면접이 바로 산행면접과 체력테스트입니다. 최근 몇 년간 1차 면접을 통과하는 인원은 100명 가량이었는데요. 회사 성비가 1:1이기 때문에 여성지원자도 50여 명 됩니다. 지원자들은 5명, 7명씩 조를 짜서 함께 등산을 하게 되고요. 매년 등산하는 북악산 코스에는 바위를 넘어 가야하는 500m 가량의 소위 ‘암벽등반’코스도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이 때 지원자들은 산만 오르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요. 산을 오르며 정상에 올라가서 선보일 조별 미션과 장기자랑 준비를 합니다. 조별 미션으로는 적극성, 끈기, 팀워크를 평가할 수 있는 과제가 주어지는데 몇 년전에는 광고 만들기, 즉흥으로 물건팔기 등을 했다고 하네요. 때문에 이날 북악산에 가면 등산을 하면서도 틈틈이 조끼리 모여 장기자랑과 조별 미션을 준비하는 20~30대 지원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산행 다음날에는 헬스장에 가서 1.6k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멀리뛰기 등을 테스트하는 체력테스트 단계를 진행합니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이같은 전형을 20년 째 고수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체력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 드러나는 품성과 태도 등을 보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사무실 면접을 통해서는 지원자의 준비된 모습밖에 볼 수 없지만 동료 지원자들과 배낭을 메고 한나절 고생을 산행하게 해보면 솔직한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체력테스트 때 나온 멀리뛰기 기록, 윗몸일으키기 횟수 자체보다는 이 테스트에 임하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하네요. 전날 산행으로 피곤한 상태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테스트에 임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브자리는 입사 후에도 산행, 마라톤 등이 잦은 편이라고 하네요. 분기마다 헌혈캠페인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승진을 할 때도 사내 마라톤과 헌혈캠페인 등에 일정 홧수 이상 참가했어야 한다고 합니다. 창업자인 고춘홍 이브자리 회장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생각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데요. 2012년 이브자리의 첫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해 2014년 수면 컨설팅 서비스 ‘슬립앤슬립’등을 런칭한 서강호 이브자리 대표도 고 회장과 마라톤을 뛰다가 알게 됐을 정도라고 하네요. 둘 다 ROTC(학군단) 출신이라는 걸 알게 돼 연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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