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 산 속에 안긴 편안함… 왕들이 가장 아낀 궁궐

입력 2017-09-25 17:27  

창덕궁

산자락 지형 따르며 건물 배치
경복궁 대신해 조선 정궁 역할



[ 마지혜 기자 ] 서울 와룡동 창덕궁(사적 제122호)은 조선의 왕들이 가장 편안하게 여기며 아낀 궁궐이다. 조선의 궁궐은 대개 넓고 평평한 터의 중심축에 주요 건물을 두고 부속 건물을 그 좌우 일직선상에 대칭으로 배치하는 식으로 지어졌다. 경복궁이 대표적이다. 창덕궁은 조금 다르다. 정문은 정남향인데 궁 안 금천교는 동향이고 다시 북쪽으로 정전이 있다. 또 편전과 침전은 정전의 동쪽에 있다. 산자락의 지형을 따르면서 건물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궁궐의 위엄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어울림이 주는 편안한 기운이 창덕궁을 감싸고 있는 이유다.

창덕궁은 1405년 조선 3대 왕인 태종 때 지어졌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고 1610년 광해군 때 재건됐다. 창덕궁은 이후 경복궁이 중건될 때까지 조선의 정궁으로서 정치 중심지 역할을 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조선의 왕들이 창덕궁을 특히 사랑한 건 야트막한 야산을 이용해 만든 넓고 아름다운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덕궁의 면적은 46만㎡인데 그중 30만㎡가 후원이다. 후원에서는 큰 나무들과 연못, 정자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선의 왕들은 여기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연회와 산책을 즐겼다.

성정각에서 창경궁과 경계를 이루는 담을 따라 올라가면 후원의 초입부인 부용지에 이른다. 후원의 첫 번째 중심 정원이다. 1000㎡ 넓이의 네모난 연못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있다. 활짝 핀 연꽃 모양의 정자 부용정의 아름다움이 특히 빼어나다. 2012년 보물 제1763호로 지정됐다.

후원 북쪽에는 옥류천이 흐른다. 인조는 거대한 바위 소요암에 홈을 파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이고 작은 폭포를 만들었다. 곡선형의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벌이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옥류천(玉流川)’ 세 글자는 인조의 친필이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은 서울에 남아 있는 궁궐 정문 중 가장 오래됐다. 2층 누각형 목조 건물로 지어졌다. 다른 궁궐의 문은 모두 세 칸인데 돈화문은 다섯 칸이어서 창덕궁만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창덕궁의 으뜸 공간은 인정전이다. 왕의 즉위식과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 접견 등 국가의 중요한 행사와 의례를 치른 곳이다. 연산군이 폭정을 했던 곳이고, 100여 년 뒤 인조반정이 일어난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돈화문에서 인정전으로 가는 길에는 서울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금천교를 사뿐히 밟아보자.

창덕궁 후원은 보존을 위해 문화재 안내 해설사와 함께하는 제한 관람만 허용한다. 인터넷으로 미리 관람 예약을 하거나 당일 매표소에서 현장 판매표(선착순)를 사야 한다.

창덕궁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은 ‘창덕궁 달빛 기행’ 참가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창덕궁의 야경을 보고 전통예술 공연도 볼 수 있는 행사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 인정전, 낙선재 후원을 돌아 나오는 코스로 약 두 시간이 걸린다. 매주 목~토요일에만 열리고 회당 100명만 선착순 접수한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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