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뽑기 겁나게 만드는 정부

입력 2017-09-25 18:15  

노동개혁 양대지침 폐기

저성과자 해고 못하고 임금피크제 어려워져



[ 강현우/심은지 기자 ]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담은 공정인사 지침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 등 ‘노동개혁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기업이 사람을 뽑기도(블라인드 채용), 임금을 올려주기도(최저임금 인상) 버거운 마당에 이젠 성과가 나빠도 내보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사람 뽑기가 겁이 난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영주 장관 주재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 온 대로 양대 지침 폐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가 수년째 지속되는 근로자에게 재교육과 업무 변경 기회를 주고, 그래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날 정부가 폐기한 양대 지침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중장기 정책 과제로 지정한 ‘해고 요건 합리화’, ‘취업규칙 변경 간소화’와 일맥상통하는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는 현 정부가 양대 지침을 폐기한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1만 명 정규직화를 내놨고 최근에는 파리바게뜨에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려 협력업체 직원을 전원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명분은 비정규직 해소였지만 실상은 대기업에 채용을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또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대기업 고소득 근로자까지 임금 인상 혜택을 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지만 후속 대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를 못 보게 하고 채용한 뒤에는 저성과자 해고를 원천 차단하면 기업 경쟁력은 어떻게 유지하고 키우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강현우/심은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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