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철강 통상압력 이대로 둘건가

입력 2017-09-25 18:28   수정 2017-09-26 18:52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 박재원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협상테이블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 참석을 앞둔 한 관계자의 토로다.

올해 주요 안건은 보호무역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중국의 대화를 듣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앞서 열린 회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철강산업의 현주소를 ‘위여누란(危如累卵)’이라고 표현했다. 알을 쌓아놓은 것처럼 몹시 위태롭다는 뜻이다. 과거 철강강국의 위용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가격 주도권을 쥔 중국과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수출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수입제품의 ‘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뒤 더욱 그렇다. 이미 최대 64.68%(냉연강판)의 수출 관세를 부과받은 포스코는 미국 수출길이 막혔다. 지난해 미국 유정용 강관시장에 22만t가량을 수출해온 중견 철강업체 넥스틸도 24.9%(유정용 강관)의 관세를 맞고 수출을 포기했다.

합종연횡, 설비 개선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일본, 중국 등 경쟁국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 최대 철강사 신일철주금(NSSMC)은 최근 홋카이도에 있는 제철소의 노후 코크스로(연산 28만t) 개선을 위해 13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세계 조강 생산량 5위와 11위 자국 기업들을 합병시켜 바오우철강을 탄생시켰다. 글로벌 순위는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이제 정부도 국제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감산정책으로 오랜만에 철강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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