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화동 기자 ]
인류 최초로 철을 만든 히타이트가 기원전 1200년께 멸망하자 제철 기술이 세계 각지로 전파됐다. 이제는 세계 금속생산량의 90%가 철이다. 철기 사용을 전후한 인간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생산성이 급격히 증대됐고, 권력의 등장을 촉진했다. 더 큰 권력을 향한 욕망은 전쟁을 불렀고, 각종 철제무기가 발달했다.
이기(利器)이자 흉기로서 인류 문명의 동반자인 철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6일 개막하는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다. 우주에서 온 운철, 서아시아에서 출토된 우라르투 왕국의 철검과 중국 한나라의 등잔, 조선의 비격진천뢰와 철불 등 약 730점의 철 유물이 전시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철, 인류와 만나다’에서는 철의 사용과 함께 나타난 세계 여러 지역의 철 문화를 다룬다. 거대한 철제 수레바퀴를 중심으로 원형 진열장에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중 인도 우츠지방에서 생산되는 강철로 만든 다마스쿠스 검은 너무 단단해서 유럽에서는 악마가 만든 칼이라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고 한다. 최근 성분 분석 결과 철에 바나듐이 포함된 사실이 규명됐다.
2부에서는 철기 사용에 따른 생산력 증가와 국가 권력의 등장에 주목한다. 철기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3200여 점의 덩이쇠는 권력과 철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한 채 말을 탄 고구려 개마무사에서 기원한 신라와 가야의 철갑무사 면면을 입체적인 영상과 함께 만날 수 있다. 3부에선 삼국통일 후 일상 도구, 건축 부재, 종교적 상징물 등으로 생활 전반에 깊이 들어온 철을 살펴본다. 전시는 오는 11월26일까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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