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부테린 "가상화폐, 법정화폐 대체 못해"

입력 2017-09-25 20:30   수정 2017-09-25 22:33

현재 금융시스템 유지될 것
가상화폐 투자수단 아닌, 블록체인 기술로 접근해야




“가상화폐는 달러 등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2세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유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열기를 고려할 때 다소 차분하고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부테린은 월가의 그루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가상화폐는 사기”라고 말한 것에 대해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를 비판하는 월가의 우려는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신할 것이란 생각에 기반한 것”이라며 “그런 가정은 틀렸다”고 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역할은 인터넷 프로토콜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가격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법정화폐를 대신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기자간담회에 이어 제15회 서울 이더리움 밋업에서 ‘이더리움의 확장성’에 대해 발표를 했다. 이날 밋업엔 그의 발표를 듣기 위해 1000여명이 모여들었다. 사전등록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엔 대기 신청자만 8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 “가상화폐는 사기”라고 말했는데, 월가가 가상화폐를 비판하는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이먼의 발언이 지나치게 회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통 은행권 사람들 중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틀린 가정입니다. 그들의 우려와 달리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법정화폐의 장점은 가격 안정성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매달 월급이 들쑥날쑥할 것입니다. 가상화폐의 역할은 암호화폐로서 인터넷 프로토콜을 운영하는데 있습니다. 프로토콜 환경에선 법정화폐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가상화폐공개(ICO) 투기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투자 수단만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를 운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지만 이더리움은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합니다. 가상화폐는 경제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이더리움 플랫폼의 기술과 철학을 더 많이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투기 에너지가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이용됐으면 합니다.”

▶일본 스위스 에스토니아 등은 가상화폐 양성화에 힘쓰는 반면 중국은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했습니다. 각국의 가상화폐 접근법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가 가상화폐 활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용 가상화폐를 만들려고 하는 에스토니아가 대표적이죠. 블록체인(가상화폐) 자체를 규제하기 보단, 부작용이 예상되는 특정 응용프로그램(앱)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콘텐츠 시장 등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디지털 콘텐츠 개발 분야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기회가 많습니다. 블록체인이 불투명한 중재자를 대체하고 좀더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스마트계약 기능을 가진 다른 가상화폐도 많이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이더리움의 경쟁력은 범용성에 있습니다. 이더리움 같은 공용 플랫폼에선 특정 기업이 블록체인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공통의 규칙을 정할 수 있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이나 개인, 개발자를 모두를 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허란/강영연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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