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철 제넥신 회장 "바이오베터로 기술력 입증, 이제는 면역항암 신약에 도전"

입력 2017-09-26 15:23   수정 2017-10-18 09:47



"제넥신은 바이오베터(biobetter) 임상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거의 완성단계에 왔다고 봅니다. 이제는 최종 목표인 신약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판교 본사에서 만난 성영철 제넥신 회장(사진)은 면역항암 신약을 이야기했다. 최근 국제학회에서 발표한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의 상황을 알고 싶어 만났는데, 더 큰 그림을 내놨다.

성 회장은 제넥신을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면역항암 신약 '하이루킨'(GX-I7)을 꼽았다. '하이루킨'은 제넥신의 약효 지속성 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씨(hyFc)'를 '인터루킨-7'에 적용함으로써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숫자와 기능을 높인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면역항암제들이 모두 T세포와 관련된 것인 만큼, 항암제 시장에서 강력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루킨-7을 이용해 임상에 들어가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제넥신이 유일하다.

하이루킨, 美 정부기관과 협력방안 논의 중

성 회장은 "임상1상을 통해 하이루킨의 안전성 및 T세포 증가 효과를 확인하자, 세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며 "현재 미국 정부기관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루킨-7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발달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면역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T세포의 숫자를 높여주기 때문에 암과 감염증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인터루킨-7은 혈액 내에서 존재하는 시간이 짧아 현재까지 치료제로 개발되지 못했다. 제넥신은 인터루킨-7에 지속형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성 회장은 "항체에 약효 물질을 붙이는 하이브리드에프씨로 인터루킨-7의 효과를 연장했다"며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모두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인데, T세포의 수를 늘리는 면역항암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종양의 면역회피기전을 차단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면역관문억제제, 외부에서 T세포를 강화해 투여하는 'CAR-T', 암세포에 반응해 T세포를 활성화하는 암백신 등은 T세포의 기능을 활용한 면역항암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 환자는 T세포의 숫자가 적어 면역항암제가 기대한 효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이루킨은 T세포 자체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단독은 물론, 다른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는 병용요법에 있어 효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제넥신은 DNA 치료 백신인 'GX-188E'와 하이루킨의 자궁경부전암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경쟁사 3상 실패, 제넥신 2주제형 성장호르몬 선두

하이브리드에프씨의 기술력은 지속형 성장호르몬 임상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제넥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소아내분비학회(IMPE)에서 한독과 공동 개발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의 소아 대상 유럽·한국 임상2상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GX-H9는 현재 매일 맞아야 하는 성장호르몬제를 주 1회 또는 2주 1회 투여로도 효능이 유지되도록 개발 중인 바이오베터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 의약품의 효능이나 지속성 등을 개선한 의약품을 말한다. 기존 약보다 좋다는 의미로 베터(better)가 붙었다.

GX-H9 소아 2상에서 계획한 48명의 환자 중 90%인 43명의 6개월 투여 결과, GX-H9는 1일 제형인 '지노트로핀'보다 높은 키 성장률을 보였다.

지노트로핀은 투여한 대조군의 연간 키성장 예상치는 10.8cm였다. GX-H9를 2주 1회 간격으로 몸무게 1kg당 2.4mg 투여군은 12.3cm, 주1회 간격으로 0.8mg과 1.2mg을 투약한 군은 각각 11.7cm와 13.1cm의 성장 속도를 나타냈다.

성공적인 임상2상 중간 결과에 더해 해외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지속형 성장호르몬 개발 경쟁사인 버사티스가 1일제형보다 효능이 좋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해 지난 21일 임상3상 실패를 발표한 것이다.

성 회장은 "이로써 세계에서 지속형 성장호르몬 임상 후기 단계에 있는 회사는 아센디스(임상3상) 노보 노디스크(임상2상) 제넥신(임상2상) 등 3개사가 남게 됐다"며 "버사티스의 임상 실패로 2주제형을 개발하는 회사는 제넥신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세계 성장호르몬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이다. 이 중 소아 환자 시장이 8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속형 성장호르몬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없는 상황이다.

그는 "연내 임상2상을 완료하고, 내년 4월 열리는 미국 내분비학회(ENDO)에서 2상 결과와 3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기술수출과 관련해서는 1일제형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폐업 위기 바이오베터로 돌파, 이제는 면역항암 신약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였던 성 회장은 DNA 백신 기술을 가지고 1999년 제넥신을 설립했다.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하자, 상업화 임상을 위해서는 기업이 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개발에 나섰던 B형간염 치료제가 2005년 임상1상에서 실패했고, 20여명의 직원을 모두 내보내야 했다.

성 회장은 "당시 DNA 백신의 기술적 완성도가 미흡했다"며 "시장에 없던 신기술 이다보니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뼈아픈 실패를 바탕으로 그는 바이오 산업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새로운 기전의 신약보다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았다. 기존의 약을 지속형으로 만들면 통할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기존 약을 이용한 것이라 투자자 설득이 신약보다 쉬웠고, 빈혈치료제 EPO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G-CSF 등 바이오베터의 성공 사례도 있었다.

성 회장은 "전공이 면역학이라 항체를 이용한 지속형 기술을 개발했다"며 "혈관 벽에 들어가 몸에 3주 정도 머무는 항체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항체를 이용해 지속형 기술을 개발한 바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전략은 먹혔다. 하이브리드에프씨 기술이 유한양행에 수출된 것은 물론 개발하고 있는 지속형 성장호르몬,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빈혈치료제, 당뇨치료제 등의 한국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판권이 팔렸다.

이를 기반으로 자궁경부암 및 자궁경부전암을 대상으로 DNA 백신의 임상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제넥신의 임직원은 140여명에 달한다.

성 회장은 "하이브리드에프씨는 그동안의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며 "기술력을 입증했으니, 이제는 신약을 해야 할 단계"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하이루킨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판교=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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