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뷰티기기의 브랜드는 ‘LG 프라엘(LG Pra.L)’이다. 전날 론칭행사를 갖고 선보인 제품은 ‘더마 LED 마스크’(LED 마스크), ‘토탈 리프트업 케어’(탄력 관리), ‘갈바닉 이온 부스터’(화장품 흡수 촉진), ‘듀얼 모션 클렌저’(클렌징) 등 피부 관리기 4종이었다.
LG전자가 진출한 배경은 간단하다.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고 시장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뷰티기기에 포함된 기술인 LED(발광다이오드) 광학, 저전력, 진동제어 기술 등을 갖추고 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이 가능한 업체들도 있다. 올해 시장은 전년대비 10% 가량 성장한 4500억원이 예상된다.
전날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는 'LG그룹의 화장품을 맡고 있는 LG생활건강 대신 LG전자가 진출하다니 의외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해봐도 되지 않느냐'는 반응이었다. 물론 LG전자도 화장품 계열사와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 쯤에서 따져보고 싶었다. 홈 뷰티 기기와 화장품 회사와의 '시너지'라는 게 가능할까? 기존 시장의 기업들은 LG전자의 진출 발표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국내 중소 화장품 회사들은 '죽을 맛'이라며 심정을 표현했다.
LG전자가 내놓은 4개의 제품은 저마다의 시장이 따로 있다. 이 시장들은 LED마스크, 진동클렌저, 이온부스터(이온마사지기), 리프팅기계 등으로 불린다. 4개의 시장마다 1~2등 업체들도 다르다. 로레알, 뉴트로지나 등과 같은 외국 화장품 회사부터 한 제품만 내놓는 중소기업까지 셀수 없이 많다.
A업체 관계자는 "판매채널을 늘리기 어렵다보니 홈쇼핑을 통해 팔고 있다"며 "전국에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진출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LG같은 대기업이 새로운 제품도 아니고 왜 기존시장을 잠식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토로했다.
마스크팩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 대표인 B씨는 "올해에는 중국 사드 영향에 홈 뷰티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며 "홈 뷰티기기와 화장품은 상생하기 어려운 제품군"이라고 말했다.
실제 LED마스크의 경우 '매번 사서 묻고 번거로운 마스크팩을 1년치 사는 것 보다 LED마스크가 낫다'고 광고한다. 진동클렌저도 마찬가지다. '크림이나 오일로 번거롭게 손으로 하는 것보다 효과가 낫다'고 설명한다.
홈 뷰티 기기와 화장품 시장은 '시너지' 보다는 서로가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 될 수 있다. 새로 내놓는 제품이 기존 상품의 고객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얘기다.
LG전자가 화장품 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화장품 흡수가 잘되도록 돕는 제품도 있고 젤을 발라야하는 제품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홈 뷰티 기기를 사는 소비자들은 '비싼 에스테틱 갈 바엔 내가 집에서 해야지'하기 보다는 '매번 화장품 사느니 큰 맘 먹고 홈 뷰티 기기를 사자'는 쪽이 더 많다.
홈 뷰티 기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영재 상무는 "세계 시장이 5조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홈 뷰티 기기의 시장에 한계를 둔다는 건 의미가 없다. 국내 마스크팩 시장만도 2조원 규모에 달하니 말이다.
다른 곳도 아닌 LG전자다. 이왕 시장에 뛰어들거라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갖고 시장을 잠식하려는 시도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적어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LG전자가 자존심이 있다면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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