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현대건설 혈투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인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가 27일 오후 가려진다. 강남 개발의 시초였던 곳에서 향후 강남 재건축 시장을 주도할 건설사가 결정된다.
반포주공1단지는 기존 2120가구를 5388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 2조7000억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가 10조원에 달해 단일 주택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달 초 시공사 입찰을 마친 뒤부터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강남 한강변에 희소한 대단지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이번 경쟁을 이긴 업체가 압구정현대아파트 등 앞으로 진행될 강남 재건축 사업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사는 연말까지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 7곳 가운데 4곳(GS 3곳·현대 1곳)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GS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를 수주해 텃밭인 반포를 자이타운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고속버스터미널 옆에 들어선 ‘반포자이’를 비롯해 일대에 ‘신반포자이’와 ‘신반포센트럴자이’가 지어지는 중이다. 2009년 선보인 반포자이의 입주민편의시설과 지상공원화 등 고급화 설계는 이후 지어진 국내 대부분 아파트의 표준이 되기도 했다.
‘자이’ 브랜드는 주택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견인해 왔다. GS건설 전체 사업부문 가운데 주택부문만 9분기째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매출은 2분기 기준 1조2000억원을 넘어서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재건축 시장 절대강자로 꼽히던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는 사이 강남권 입지도 튼튼해지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 리서치업체 닥터아파트 조사에선 GS건설의 자이가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누르고 강남 재건축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삼성물산이 마지막으로 참여한 입찰이었던 2015년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의 승자는 GS건설이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그동안 강남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 공급이 비교적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강남구와 서초구에 지은 아파트 평균 연식은 각각 18.4년과 23.1년에 달한다. 2006년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론칭한 뒤론 2개 단지 공급에 그쳤다.
하지만 최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세워 개포주공3단지를 수주하는 등 최근엔 주택사업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2분기 주택부문 매출은 84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3% 늘었다. 수주잔고도 증가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강남권 수주잔고는 ‘디에이치아너힐즈’를 비롯한 5개 단지 8414가구로 GS건설(6개 단지·7258가구)보다 많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를 ‘100년 주거 명작’으로 짓겠다는 각오다. 특히 압구정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위한 교두보로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화려한 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압구정현대는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향후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옛 식구’인 현대산업개발과의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압구정현대가 준공될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현대건설의 계열사였지만 현재는 분리됐다.
한 대형사 분양팀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GS건설은 낙승을 예상했지만 현대건설이 강하게 나와 놀란 눈치”라며 “전사적인 역량으로 맞붙는 만큼 패자가 잃게되는 매몰비용으로도 기록을 쓰게 될 단지”라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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