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현장투표 거쳐 시공사 결정
1295 대 886으로 GS건설 꺾어
현대건설, 한강변 랜드마크 확보
추후 강남권 재건축 수주 유리
사업시행인가도 획득
[ 이정선/선한결/나수지 기자 ]
현대건설이 사업비 2조6000억원 규모의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를 수주함으로써 반영구적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됐다. 재건축 최대어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시공사 선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역대급 재건축 혈투
27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이날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한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에서 현대건설이 1295표를 얻어 886표를 획득한 GS건설을 눌렀다. 조합원 2292명 중 96%인 219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총회에 앞서 지난 26일 조합원을 상대로 한 부재자 투표가 먼저 치러졌다. 조합원 총 2292명 중 1893명이 참여해 투표율 82.6%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관계자들은 투표일 이틀간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부재자 투표일에는 단지 내에 ‘현대카페’와 ‘GS카페’까지 생겼다. 양사 각각 단지 내 상가 점포 하나씩을 통째로 빌려 조합원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투표일 당일 두 회사 직원들은 잠실 실내체육관 문 앞에서도 마지막까지 조합원을 붙잡고 한 표를 호소했다.
현대건설 ‘신뢰’ 전략 주효
현대건설은 신뢰와 공감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조합원의 마음을 샀다. 이날 첫 설명회에 나선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의 뒤편으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진을 담은 영상이 흘렀다. ‘우리는 현대입니다. 현대는 약속을 지킵니다’ 등의 문구도 함께 나왔다. 정 사장은 “정주영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신용을 잃으면 그것으로 끝’이라 하셨다”며 “현대건설은 조합원에 공약한 사항을 모두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포주공 1단지는 예전에 어머니가 살던 곳이라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며 “GS건설보다 2000억원 높은 제안서 특화설계 비용을 들여 국내 최고 단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GS건설은 투명한 입찰을 강조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현대건설은 입찰제안서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현대건설이 특수공사금액 5026억원을 책정했지만 전문가들과 따져 보니 2250억원 규모”라며 조합원의 냉철한 판단을 주문했다.
사업시행인가도 획득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은 지난 4일 시공사 입찰 참여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이어졌다. 막대한 사업 규모인 만큼 갖가지 화제를 뿌렸다. 양 건설사의 첨단 특화 설계와 과열 홍보 행위 모두 주택시장에 적잖은 반향을 몰고 왔다. 막판에는 현대건설이 들고 나온 ‘공짜 이사비’ 조건이 쟁점이 됐다. 조합원당 700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판세가 크게 요동쳤다. 이 조건은 국토교통부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뒤 조합에 의해 삭제됐다. 국토부는 이를 기점으로 재건축 수주전의 과도한 이사비 조건 등을 감독하기로 했다.
이날 반포주공1단지는 서초구청에서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도 받았다. 지난달 9일 신청 이후 7주 만이다. 조합은 남은 일정을 최대한 빨리 끝내 연내 관리처분 신청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른 시일 내에 현대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10월 중 법정 최소 기한만큼인 30일간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조합의 계획안대로라면 12월28일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한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인가가 완료된 만큼 남은 단계가 많지 않다”며 “일정을 차질없이 수행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지어진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는 앞으로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높이 35층 5388가구로 탈바꿈한다.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과 건설사가 함께 재건축을 진행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채택했다.
이정선/선한결/나수지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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