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달리는데 한국은…
(4) 인구감소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본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2024년 국민 33%가 65세이상
일본 정부, 인구 1억명 사수 위해 출산·육아 혜택에 의료보험 지원
다양한 고용정책 속속 도입
정규직·비정규직 중간 형태인 한정사원제 도입 기업 급증
집에서 기업 일감 처리하는 '클라우드 워커' 400만 육박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 다이도생명보험 오사카지사의 나카모리 아이코 씨(33).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집 근처 사무실에서 전근 걱정 없이 일하려고 최근 ‘지역 한정(限定)사원’으로 재입사했다.
‘한정사원’은 직무와 근무 장소, 시간 등에 제한이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직업 안정성이 높고 임금이 많은 직원이다. 정년과 복리후생 등은 정규직과 같지만 임금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중간 형태다. 저출산에 따른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이 새로운 형태의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구절벽’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심각
총인구 가운데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규정된다. 일본은 지난 9월1일 현재 인구(1억2667만 명) 중 27.7%(3513만 명)가 65세 이상이다. 1950년 4.9%에서 다섯 배 넘게 급등했다. 65~69세 인구만 997만 명에 달한다. 20세 미만 ‘미래 세대’는 2161만 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24년이면 국민 3분의 1이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100세 이상 인구만 100만 명에 이를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전망 속에 80세 노인이 TV 인터뷰에서 “노후가 걱정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전체 인구마저 줄고 있다. 2005년 처음 순감소로 돌아선 인구는 2007년부터 10년 연속 줄었다. 2055년이면 일본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1억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1억 명 선 사수하라’
일본 정부는 2060년까지 인구 1억 명 선을 사수한다는 목표 아래 30년 가까이 출산장려와 육아·복지 지원, 의료보험제도 개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2015년엔 ‘1억 총활약 전담 장관’을 임명하고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출산장려 정책은 다양하다. 가임 여성의 직장 내 근로시간을 줄이고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장려하는 것도 출산율 높이기 정책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현재 1.44명인 합계출산율을 1.8명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연한 고용 정책 속속 도입
이런 고령화와 저출산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일본의 노동시장 수급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이 2012년 8월 0.82배에서 올 7월 1.52배까지 치솟았다.
일본 정부는 정규직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고 경력단절여성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인력을 일터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05년 도입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한정사원 제도가 최근 산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나카모리씨와 같은 구직 수요가 많은 데다 기업으로선 인력을 확보하고 비용절감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일본 내 12개 가전공장에서 2년 반 동안 기간제로 근무한 뒤 정년(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무기고용직 전환 방식의 지역 한정사원을 지난 5월부터 채용했다.
의류기업 아오키는 생애주기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대 때 정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출산 이후엔 한정사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일감을 주면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그 일을 집에서 인터넷으로 하며 생활하는 소위 ‘클라우드 워커(cloud worker)’도 늘어 4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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