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으로 수요 늘려도 기업은 비용 늘어 투자위축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수출기업 경쟁력 떨어뜨려
고용 악화·생산 위축 초래
[ 오형주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은 장기적인 성장정책이라기보단 단기적인 경기관리대책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임금 수준을 높이는 방식의 정부 정책은 자칫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와 투자 감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한국경제학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정부 소득주도 성장 및 증세 정책 평가와 전망’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
성 교수는 먼저 소득주도 성장의 정의부터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경제 성장은 장기적인 소득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소득주도 성장은 일종의 동어반복에 해당한다”며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임금주도 성장론, 재분배 성장론 혹은 노동소득분배 성장론 등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소득분배 성장론은 장기적인 성장정책보다는 단기 경기관리대책에 가깝다는 게 성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노동소득분배 개선이 다른 요인을 통해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성장의 핵심은 아니다”며 “소득을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으로 이전해 경기부양효과를 낸다는 의미에서 단기 경기관리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제약조건이 많아 기대한 결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성 교수는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조세나 소득을 이전하는 정책은 고소득층의 추가적인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키지 않아야만 승수효과가 발생한다”며 “특히 임금 인상으로 수요를 늘리는 것은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생산시설의 활용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보다는 청년실업과 노인빈곤 문제를 타깃으로 한 정책 수립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에 입각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노동경제학자인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에서 법인세를 더 걷어 영세·중소기업에 최저임금 인상폭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대기업 일자리를 없애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과 다를 게 없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한국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는 이유와 관련해 경제학계가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을 지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당 기간 심각한 체감실업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주류 경제학자들은 팔짱만 낀 채 구경해왔다”며 “분배상태 개선이 저소득층의 인적 자본 투자를 촉진하고 총수요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규제완화와 물적 투자 촉진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장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진보진영이 소득주도 성장을 들고나온 것은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론이 필요하다는 고민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 세미나 토론 전문 >
▶김대일 서울대 교수
성태윤 교수와 마찬가지로 소득주도성장은 케인지안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소득주도성장론이 기반하고 있는)칼레키 모형처럼 유휴시설 등 단기적 경기부양 장기적 성장정책으론 어렵다. 다만 케인지안은 통화 늘리거나 재정정책을 펼친다는 건데 이건 임금을 올리자는 것이다. 임금 올려서 근로자 소비를 증가시켜 고용증가 선순환 고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와 관련해 최근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있다. 임금인상이 근로자 소득을 증가시키는가,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는가, 매출이 증가하면 고용이 증가하는가의 고리를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 고용효과는 미국 등에서 조사했다.
양의 효과라는 결론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국내에서도 2개 정도는 효과 없다고 나왔고 나머지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과 기업 이윤을 감소시킨다. 자본소득 감소는 소비를 줄인다. 일단 전체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건 아니다.
지금 기업 법인세 걷어서 최저임금 인상폭 지원하는건데, 법인세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히 크다. 법인세 늘려서 최저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대기업 일자리를 없애 최저임금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다.
한계소비성향 차이 얘기가 나오는데,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 이전시키면 소비 늘어서 성장으로 간다고 얘기하려면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 지니계수 개선되면 평균소비성향이 반대로 움직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같이 움직인다.
소득 지니계수와 평균소비성향은 거의 같이 움직이면서 지니계수가 약간 선행하는듯이 보이는데 한국에서 한계소비성향 차이로 재분배가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최저임금 적용받는 사람들이 받아가는 월급여를 보면 시간당 임금은 살짝 올라가는 양상이지만 월급여는 오히려 줄어든다. 최저임금 올라가면서 근로시간이 더 빨리 감소한다. 실제 최저임금을 올리면 오히려 불평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칼레키 이론 받아들여도 소비 줄이고 성장 저해하는 쪽으로 간다.
소득주도성장과 엊그제 나온 양대지침 폐기는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밀튼 프리드먼은 ‘근로자는 제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서만 보호된다’고 했다. 제도로 보호해도 기업이 상태가 안좋아 망하면 일할 수 없다.
정리해고를 막는 법이 과연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는가. 시장지배력 없는 중소 영세기업은 우선 퇴출된다. 가장 보호하는 취약계층이 시장에서 가장 먼저 퇴출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취지는 좋은데 방법론이 취지와 반대되는 역효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고용경직성은 전체 고용 위축시킨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근로자를 보호할 것인가. 인적자본 축적이 소득불평등과 관계없이 가는 공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교육투자와 R&D, 노동시장 재취업 지원, 고용안전망, EITC 등이다. 사회안전망으로 고용보험과 공공근로 등이 있다. 이것 이외에 임금주도 성장이 가능한지는 이론적으로도 맞지않고 경험적으로도 맞지 않다.
소득불평등이 교육성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말 문제된다면 취약계층을 타겟팅해 도와주는 정책을 해야지 임금 올려주는 간접적 정책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
성태윤, 김대일 교수의 의견에 상당히 수긍한다. 소득불평등이 장기 성장에 영향주는가. 주류경제학자들이 좀 소홀히했던 부분 중 하나다. 예전에 오쿤이 성장을 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불평등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경험적으로 쿠즈네츠 커브가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창기 불평등이 악화되어도 궁극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최근 와서 선진국 중심으로 소득불평등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도 관련 있다는 주장이다. 소득불평등이 너무 심해지면 재산권 악화 등으로 성장 둔화 가능성이 생긴다. IMF 중심으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면 사회불안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방해해 지속 성장이 힘들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불평등 자체가 만약 총수요를 줄이고 너무 지속된다면 이력효과에 의해 경제 회복이 둔화되고, 지속적으로 경제 수준을 낮추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 많은 연구는 불평등이 성장에 해를 끼치는 측면이 있고, 극단적 악화는 지속성장에 도움 안된다거 어느정도 공감한다.
그런데 이걸 해소해 성장에 도움을 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번 정부에서는 임금주도성장을 들고 나온 셈이다. 내 생각엔 비록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과연 임금주도성장 접근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불평등 악화가 인적자본의 축적을 방해한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스리는 빈곤층 학자금 보조 등이 좀더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와서 소득주도성장, 임금주도성장이 조금 더 정확한 말임에 동감한다. 이를 주장하는 분들은 더 나아가 임금을 높이면 총수요 뿐 아니라 생산기술쪽 발전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임금을 상승시키면 기업들이 노동에 대한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얼핏 투자를 안할거 같지만, 오히려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동비용 절약 기술에 더 열심히한다고 포스트케인지안 일부가 주장한다. 그런 분석이 만약 사실이더라도, 이런 기술진보가 일어난다면 오히려 고용 축소가 일어나서 처음에 기대했던 노동계층의 소득증가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동소득분배 저하와 청년실업과 노인빈곤 중 어떤게 더 중요하냐에 대해서는 나도 성태윤 교수에 공감한다. 노동소득분배율 저하는 한국에서만의 고유한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적 현상이다. 왜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해야 대처가 가능하다. 그런 분석이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자본 친화적인 기술발전 등이 언급된다. 만약 분배율이 낮아지는 근본적 원인이라면 이걸 정책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오히려 기술발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기술발전 방향이 있는데, 대부분 국가에서 그런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걸 막는건 도움이 안된다. 기술 발전에서 나오는 부작용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임금주도성장이 성립하는 조건은 개방경제하에선 더욱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거시경제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분석을 보면 첫번째 드는 생각은 루카스 비판이다. 분석과정에서 개인의 어떤 합리적 선택 측면을 무시한다. 어떤 정책 도입시 사람들은 그에 반응한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됐더라도 과거 행태 지속될 것이란 전제 분석이 얼마나 정책집행에서 유효할지 의문이다. 시장경제에서의 가격기능에 대해선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이런 시장의 효율적 배분을 훼손시키지 않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시장경쟁에서 도태되는 경우엔 사회복지 정책 통해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을 확대해야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득주도성장 또는 임금주도성장이 두 마리 토끼 잡자는 것이고 불평등도 해소하고 성장도 해소하자는 건이다. 사실 그렇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문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하는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은 성장정책, 불평등은 불평등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우리가 무슨 얘기 하고 있나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진보진영 정책형성 과정에서 나온 얘기와 관계 없는 얘기 나오는 것 아닌가 한다. 진보진영에서 정책연구 세미나가 쭉 있었다. 거기서 나온 고민들을 모두가 공유한건 아니고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것도 아닌것 같다. 랭귀지와 문제의식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왜 성장을 얘기하나. 총인구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을 보자. 인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한국 인구구조의 변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하고 절대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노령인구는 급속히 절대적으로 증가한다. 대부분 성장모형이 상정하는 ‘총인구증가=노동인구 증가’가 성립 안된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발전은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생산양식과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권한배분이 결합돼 폭발적으로 생산이 증가했다. 앞으로 노령인구가 곧 총유권자의 50%를 상회할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정치적 의미에서 자원배분 권한과 경제적 결정권 갖게 된다는 것이다.
65세 이상들이 어떤 경제적 선택을 할 건가. 가령 무상급식과 노령연금 논쟁. 둘 중 민주주의라면 어떤 정책 선택할건가? 65세 이상 인구가 선택하는 건 어쩌면 성장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경제적 측면에선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성장하려면 어떤 생산요소를 축적할건가. 진보진영의 가장 큰 고민이다. 소득, 임금, 경제민주화, 보유세, 법인세 뭘 해도 좋다. 어떻게 성장할거냐? 개인적으로는 어떻게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이다. 여태까지는 규제완화와 물적투자 촉진 방식이었다. 규제완화 원점에서부터 서너번 추진하고 투자촉진 다 했는데 성장률은 우리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물적자본 축적에만 관심 가진 것 아닌가. 성장 위해선 오히려 노동과 인적자본형성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이 진보진영의 성장정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는 이걸 노동친화적 성장정책이라고 이름 붙인다. ILO 노동주도성장과 궤를 같이 하지만 같은건 아니다.
물적자본 증가는 투자를 하라고 빌고 빌어도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투자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적으로 해볼 수 있는건 인적자본 축적 장려해 노동생산성 올리는 방법 밖에 없다. 겉을 소득주도성장, 사람중심 성장이라고 하건 상관없다. 그 속을 보는게 중요하다.
지난 7~8년간 정책캠프에서 핵심아젠다는 경제민주화였다. 아무도 모른다. 경제에 무슨 민주화가 있느냐 등 얘기 나왔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라는 모호한 틀 위에 올라온 정책 몇가지가 있다. 가계부채 때문에 못살겠다. 중소자영업자들 대기업 지배력에 못살겠다. 협력하청업체 못살겠다. 사람들은 이를 정의의 실현 혹은 불평등 축소 입장에서 주장했다.
진보진영은 테이블 위에 올라온 매우 이질적인 경제민주화 아젠다를 어떻게 하나의 논리체계 혹은 프레임으로 꿰어서 성장정책으로 변화시킬건가. 이것이 과제였다. 가계부채 탕감, 이걸 인권과 형평 차원에서 접근할 건가 아니면 개인 채무자 생산성 훼손을 방지하는 인적자원 보존 시각에서 접근할 건가. 후자로 접근하면 어떻게든 성장정책 함의 찾을 수 있다.
성장정책 핵심은 뭐냐. 인적자본 수익률과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노동친화적 사람중심성장이다. 사회안전망 강화 등 여러방안 다 훌륭한 정책과 과제들이다.
발제자인 성 교수 발제는 훌륭했다. 다만 이런 느낌이 든다. 지금 뭘 분석하고 있나? 정치권 고민은 또다른 수많은 아젠다가 있다. 정책토론 등에서 고민했던 문제의식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려 노력했나. 이런걸 좀 더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과거 OECD 등 평면 비교를 쭉 했는데. 우리가 밤하늘 우주 별빛을 보면 다들 나이가 다르다. 가까운 별빛은 우리에 도달하는데 시간 별로 안걸리지만, 멀리서 나온 건 백억년이 걸린다. 우리가 보는 선진국 모습은 한참 전 성장했던 나라들의 현재 모습이다. 과거는 현재와 성장여건이 너무 다르다.
과거는 젊은 인구가 너무 많았다. 훨씬 성장에 유리한 여건이다. 성장과 고용을 비슷하게 생각해도 큰 차이 없었다. 지금은 인구구조상 성장에 불리한 여건이다. 성장과 고용을 같이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인적자본 축적 말씀 나왔는데 이건 다 정부가 경청할 부분이다.
임금을 올렸을때 고용이 정말 줄어들거냐. 저는 잘 모르겠다. 여러 가능성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중점을 비제조업, 내수산업에 1차적 중점을 두는 것이 어떨까. 정책이 한 단위라도 제대로 들어가면 마지널 임프루브먼트(marginal improvement) 여지가 훨씬 크다. 서비스업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제조업보다 모른다. 효과 큰 분야에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성장정책이 맞다. 저는 세계적으로 2008년 이후 경제위기 상태가 확실하다고 본다. 위기의 시대는 이론의 새로운 발전, 자기반성을 요구한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케인즈주의가 새로 등장했다. 이론이 정책을 이끌었다기 보단, 노동권과 복지 강화 등 정책 전환이 나중에 케인즈주의 이론 정립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위기상태이기 때문에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제출돼야 한다. 경제학계가 지금 무력한 것은 사실이다. 성 교수 주제발표 등 지금까지 제시된 대안들은 모두 공급측면이 중요하고 정부 개입은 단기적 효과만 있다고 한다.
그러면 정부라는 존재는 축소돼서 기본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면 되는건지 의문이다. 오늘 7월 출생아수가 대폭 줄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한국사회가 애를 안낳고 행복하지 않은 사회가 됐다. 왜 그럴까. 삶이 행복하지 않고 노동이 존중받지 않는 삶. 이런 상태에서 경제학자들은 계속 효율성과 생산성, 기업 경쟁력 중요하다고 한다.
기업은 살릴지 몰라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양극화를 직접 해결하는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와 성장에 기여할 길이 있다. 그런 문제의식을 이해해보자는 선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성 교수는 분배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사실 공식적 통계를 보면 OECD 평균수준이 맞다. 공식적 통계만 보면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공식 통계가 잡지 못하는 점을 교정해 보면 한국의 불평등도가 상당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주상영 교수가 몇건의 논문을 통해 보였지만 OECD 국가 중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은 것으로 나오는건 자영업자 소득 통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다. 주 교수가 여러 방식 중 합리적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본 바에 따르면 OECD 평균 대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온다. 한국의 소득분배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건 아니란 얘기다.
분배 악화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OECD에서 최상위 1~2 등 수준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감소추세였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계속 증가해 왔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와 연결된다. 청년계층이 바로 저임금 직격탄을 맞았다.
분배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이 그 주요 대상이 됐지만 그렇다고 꼭 청년에만 분배 악화 문제가 걸린 건 아니다. 중장년층도 근로빈곤과 비정규직 문제 있다. 앞에서 2013년 기간제법 도입으로 갑자기 실업률 올라간 것 처럼 말씀하셨는데, 기간제법 도입으로 고용보호가 강화됐다기 보단 2년 이상 고용 후 정규직 전환 규정으로 인해 그 직전에 해고를 하는, 그래서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다수 제기됐다.
소득주도성장이 단기부양책에 그친다는 말씀도 있었다. 기존 주류경제학은 단기와 장기를 칼 같이 나누고 단기는 경기변동, 장기는 성장 이렇게 본다. 성장은 공급측이 결정하고 수요확대는 단기적 효과 잇지만 곧 사라진다는 고정관념 비슷한 이론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기 성장은 하나의 불변의 원칙으로 여겨지지만 단기냐 장기냐는 자의적 측면이 있다. 올해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하면 이건 장기 추세하락을 의미하는 건지 불분명하다.
분배개선은 성장에 기여한다. 분배를 잘하는 것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오랫동안 있었다. 분배상태 개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실증분석도 있었다. 분배가 성장에 어떤 영향 주는지는 아직 경제학계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다. 분배는 제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장에 기여한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가 성장에 미치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분배가 성장의 유일한 경로다 이런건 아니고, 가능한 경로 중 하나를 제시한 것이다. 기존 공급측면 경로 이외에 분배를 개선하면 인적자본 투자를 확대해 성장에 기여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급측 제약이라는 것도 수요의 크기에 따라 얼마든 뛰어넘을 수 있다. 분배 개선이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는 공급 확대로 이어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경로다. 아직 우리가 연구하지 않은 다양한 경로가 작동할 수 있다.
포스트케인지안은 분배는 생산성 영역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삶에서 다른 요인들도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의 연봉이 11억이라고 해서 놀랐다. 그 연봉이 과연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건가.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은 보통사람 상식과 맞지 않다. 주류경제학은 그렇게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하지만 현실과 괴리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이 총수요를 증대시킬 것인지에 대해 신고전파 경제학은 고려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바로 그런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사회 현실을 보면 심각한 체감실업상태가 아주 오랜기간 지속돼 왔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다.
아직 자연실업률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보듯 경제학계는 현실과 괴리되는 길로 가고 있다. 여기에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최저임금이나 노동개선 정책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가처분소득을 늘려 수요와 공급을 확대하는 경로가 작동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에 의미있는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
성태윤 교수 발표를 보면 노동소득분배율이나 지니계수가 별로 나쁘지 않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자영업자 소득은 혼합소득인데 어떻게 분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선진국들은 자영업자 형편이 그럭저럭 괜찮다며 임금근로자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그렇게 하면 한국은 자영업자 노동소득 과대평가된다.
그래서 단순히 OECD와 병렬적 비교하면 한국 현실에 맞지 않은 틀린 연구가 된다. 제가 노동소득분배율을 연구한 계기도 이렇게 엉터리로 통계로 보니까 미스리딩이 발생하는 것 같아서다.
지니계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 두 가지가 있다. 후자에서 더 높게 나온다. 빈곤율이 높은건 노인빈곤율 때문이다. 이건 국민연금 도입이 지연되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여기에 성장으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패러다임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 앞으로 노인빈곤율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배지표는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한국 경제 성장여력을 좌우하는 물적자본의 자본산출계수가 정체되고 있다. 2010년대부터 3.2정도에서 머물러 있다. 물적자본 위주 성장은 이제 끝났다. 인구 정체 및 감소현상도 비관적이다. 인적자본 물론 중요하지만 평생교육연수 등 지표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더 올라갈데가 없을 정도로 올라가 있다.
창조적 혁신 능력도 중요한데 창의성 교육 해야겠지만 교육개혁 안 되고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봉착했다. 조직 내 연공서열 문화가 여전히 심해서 주장 만큼 실천이 쉽지 않다. 공정한 경제질서와 보상체계, 이부분은 새정부에서 진전을 기대한다.
총수요 관리를 단기 경기안정화 정책으로 볼 것이 아니다. 총수요를 구조적으로 유지·확대하는 정책을 써야한다. 불평등을 교정하고, 소득을 안정화시키고, 공공서비스 비중을 유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불평등이 경제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심각한 불평등은 경제적 이동성을 낮춘다. 지니계수가 높을 수록 소득의 세대간 탄력성이 낮아진다. 경제발전에서 초기단계는 물적자본 축적이 중요하지만 뒤로 갈수록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커진다. 소득이나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인적자본의 불평등이 심해진다.
불평등이 수요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는 저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연구에 의해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총수요 침체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며칠전 연간자료를 분석해봤는데 1985~2015년간 소비증가율이 주가상승률이나 기대수명 등 요인을 컨트롤 하더라도 노동소득분배율과 비슷하게 간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면 소비가 침체된다는 얘기다.
투자와 순수출 관계를 보면 수출은 임금보다 세계경기 요인이 중요하다. 노동변수가 투자나 순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지만 소비에는 확실히 효과를 준다. 이것이 제 수년간 연구 결과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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