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보안 전문기업 슈프리마, 인식속도 20배 빨라진 신제품으로 도약 꿈꾼다

입력 2017-09-27 20:33  

얼굴·지문 인식 등 생체보안 전문기업 슈프리마
사업초기 기술 인정받았지만 아웃소싱으로 품질 들쭉날쭉
인재 영입으로 위기 극복

매출 이끌던 1세대 제품 단종
올 상반기 2세대로 전면 교체

스마트폰 보안 알고리즘 공급
모바일용 얼굴 인식에 도전장



[ 이우상 기자 ]
지문과 얼굴인식 알고리즘(소프트웨어)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슈프리마에 2012년 위기가 닥쳤다. 50개국에서 초청한 사업 파트너 중 ‘큰손’으로 통하는 몇 사람이 이재원 대표를 찾았다. “제품 품질이 예전 같지 않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2008년 코스닥 상장 후 4년 만이었다. 이 대표는 곧장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해외 고객사로 날아가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듣기로 했다. 높아진 불량률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는 불량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새 제품으로 교환만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아무리 새 제품으로 바꿔줘도 기본적인 신뢰가 깎인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2세대 제품으로 재도약

2000년에 설립된 슈프리마는 2010년까지 세계알고리즘경연대회에서 3회 우승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장을 다닐수록 ‘기술이 최고면 제품도 최고’라는 이 대표의 믿음은 무너졌다. 제품 전체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을 외주(아웃소싱)로 공급받다 보니 품질이 들쭉날쭉한 것이 원인이 됐다. 가령 핵심 기술과는 관계없는 버튼 하나에서 불량이 나도 슈프리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이 대표는 “당시 파트너들의 일침 덕분에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기업을 다시 돌아봤다”고 말했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슈프리마는 핵심 알고리즘 외에도 출입통제보안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흡수하기로 했다. 당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국내에서 철수하고 팬택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다. 갈 곳을 잃거나 혼란에 빠진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흡수했다. 이 대표는 “같은 시기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다양한 분야 기술자를 끌어모으고 있었다”며 “삼성전자를 보며 우리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슈프리마는 2015년 지주회사인 슈프리마에이치큐와 신설법인 슈프리마로 분할됐다. 이 대표는 “벤처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인적 분할을 통해 기업 덩치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0년간 매출을 이끌어 온 1세대 보안 제품을 모두 단종시켰다. 지난해부터 2세대 제품을 내놓기 시작해 올 6월 통합보안제품(코어스테이션)을 마침표로 새 제품군을 완성했다. 그는 “이미 내놓은 제품의 상품성만 개선하는 건 벤처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았다”며 “지문인식 제품은 20배, 얼굴인식 제품은 3배 이상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보안 강자 될 것

모바일 기기를 위한 지문인식 알고리즘인 바이오사인은 슈프리마의 신사업이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문센서까지 지원하는 알고리즘”이라며 “이 분야 세계 1위인 스웨덴 기업 프리사이즈바이오매트릭스를 추격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사인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A7(SK텔레콤)과 갤럭시J5(2017년 모델)에 공급 중이다.

이달 출시된 아이폰Ⅹ에 적용된 얼굴인식 기술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이폰Ⅹ은 적외선으로 사용자의 얼굴을 3차원으로 스캔해 인식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이미 출입통제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는 얼굴인식 기술과 아이폰Ⅹ의 원리가 같다”며 “아이폰 외에도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하려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늘어나면 모바일기기용으로 기술을 변형해 내놓겠다”고 말했다.

성남=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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