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4차산업 투자자들]베트남에서 독일까지 VC 해외영토 개척, 김민겸 미래에셋벤처 팀장

입력 2017-09-28 14:42  

이 기사는 09월28일(03: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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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VC) 심사역들은 매주 수십건의 스타트업 투자 요청건을 검토한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수시로 들어오는 투자요청이 많다. 이런 건들만 검토하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그럼에도 유망한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서 발품 팔기는 필수다. 특히 해외투자가 그렇다. 유망한 기업은 이미 글로벌 VC들이 선점했고, 앉아서 들어오는 투자건은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국내 VC의 첫 독일 투자로 꼽히는 명품 중고시계 플랫폼 크로노24(Chrono24) 투자는 대표적인 발품 팔기 투자사례다. 김민겸 미래에셋벤처투자 팀장이 발굴한 이 투자건은 한 달 간의 집요한 이메일 공략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시계를 구매하기 위해 국내 사이트를 검색하던 김 팀장은 우연히 해외 사이트인 크로노24를 발견했다. 약 50만건의 시계 매물이 올라와 있었고, 여기에 한국어 포함 22개국 언어로 서비스도 가능했다. 순간 시계 구매 대신 이 회사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독일에 있는 회사 관계자와 접촉할 방법이 없었다. 연락처라고는 크로노24 서비스센터의 이메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크로노24에 투자하고 싶은 한국 VC’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서비스센터로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답장은 없었다. 한 달 간 20여통의 이메일을 보내자 크로노24 창업자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다. 그동안 ‘아시아 진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고, 현재 투자유치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약 6개월간 매주 1~2회 크로노24 본사와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초기 협상도 쉽지 않았다. 크로노24에는 티켓몬스터, 넥슨 등에 투자한 글로벌 VC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와 로켓인터넷 등이 이미 투자한 상태였다.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크로노24가 원하는 금액을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맞춰주기 쉽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한국에서 강점 등으로 크로노24 측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8월 국내 VC 첫 독일 투자는 성사됐다. 김 팀장은 “유럽이라는 지역에 대해 처음에는 막연히 투자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다른 해외 지역과 달리 계약절차가 매우 깐깐하고 투명하게 이뤄져 배울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해외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김 팀장은 전략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13년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입사하며 VC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대학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나온 해외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갔고, 실리콘밸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며 성장했다.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친구들과 연락하며 글로벌 벤처 투자의 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VC 심사역으로서 첫 번째 투자는 ‘더블유게임즈’였다. 2013년 입사하자마자 발굴한 이 회사는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약 15배의 수익을 안겨줬다. 이후 국내 수제맥주 1위 기업 플래티넘 맥주, 지인추천 기반의 인력채용 플랫폼 원티드, 스마트 원두로스팅 기계제조사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동남아 화장품 커머스 업체 알테아 등의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갔다.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국내에서만 머무르기에는 해외에 유망한 기업들이 많았고, 한국과 시너지를 볼 수 있는 기업들도 많다는 판단에서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게임 퍼블리싱 업체인 아포타 등이 그가 투자한 해외기업이다.

최근 독일 외에도 미국, 베트남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지역에 관심이 많다. 한국과 문화가 비슷하고, 일반적인 정보통신기술(ICT), 모바일 투자 영역보다는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모던화가 이뤄지면서 많은 투자기회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투자활성화는 아직 더디다. 사모펀드(PEF) 투자규모가 50억~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국 VC가 진출해 개척할 부분이 많다는 판단이다.

국내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의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김 팀장의 개인적인 목표다. 그는 “해외를 보다보면 국내시장에 적용할 부분도 많지만, 국내 기업을 어떻게 해외로 진출시켜 더 큰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전략도 보인다”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유니콘을 발굴하는 것을 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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