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진로 인수로 마케팅 분산
'카스'에 1위 뺏긴 후 점유율 뚝뚝
수입맥주 바람에도 대응 못해
2014년 이후 누적적자 1000억
2016년 공장가동률 40%대 하락
"매각 땐 가동률 70%로 회복"
[ 이유정 기자 ] 한때 국내 맥주시장을 60% 넘게 장악하던 하이트맥주가 공장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카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클라우드와 수입맥주에도 시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는 공장 세 곳의 가동률이 모두 20~40%대에 머물고, 적자누적으로 이어졌다. ‘라인 확장은 패자의 전략이며 자신에 대한 측면 공격’이라는 문장이 하이트의 위기를 설명해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맥주부문 누적적자 1000억원
1993년 맥주시장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만년 2위에 머물던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하이트’라는 신제품이 시장을 강타했다. ‘지하 150m 천연 암반수를 활용해 맥주를 만들었다’는 마케팅에 소비자는 오비맥주 대신 하이트를 마시기 시작했다. 질주였다. 출시 3년 만인 1996년 오비맥주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43%)에 올랐다. 이 기세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2006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며 맥주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1년 판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한 오비맥주가 ‘카스’ 마케팅에 집중할 때 하이트는 신제품을 내놓으며 마케팅 역량을 스스로 분산시켰다. 신제품 맥스와 드라이피니시d에 자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효자 하이트 브랜드 관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하이트의 기대와 달리 신제품은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다. 마케팅을 하지 않자 하이트 판매도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의 저주, 라인 확장의 저주에 하이트가 걸려든 셈”이라고 했다.
롯데 클라우드와 수입맥주도 하이트 공격에 가세했다. 카스와 클라우드만 파는 음식점이 늘며 판매량은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 60%, 하이트진로 35%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 결과는 적자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문 손실은 올 상반기에만 43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폭이 182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3월 희망퇴직에 따른 일시적 비용 발생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부진했다는 평가다. 2014년 이후 맥주부문 누적적자는 1000억원에 육박한다.
맥주사업 부진을 소주사업으로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반기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은 9047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86.1%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하이트진로 전체 사업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0.56%다.
◆불투명한 성장 전망
하이트진로는 공장을 매각하면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산공장의 생산능력은 34만kL, 전주공장은 60만kL, 강원공장은 55만kL 수준이다. 생산 규모가 가장 큰 전주공장이 매각되면 하이트진로의 전체 가동률은 73%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을 강화하지 못하면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저녁 자리에서는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에 밀려 설 자리가 좁은 데다 가정집에서는 수백 종의 수입맥주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도 소맥용 맥주 피츠를 내놓는 등 맥주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수제맥주의 인기도 부담이다.
아직 수익성이 높진 않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트렌드를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공장 매각이 완료돼 가동률이 최적화되면 맥주 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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