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스릴러 결합한 새 장르
촬영 끝날때까지 역할 몰입
물오른 '인생연기' 주목
"'사이다 소년' 정구 죽는 장면 너무 슬퍼 집에서도 울었죠
개신교 신자로서 부담감 커 두려움 이겨내려 노력했죠"
[ 노규민 기자 ] 국내 최초의 사이비 스릴러로 주목받았던 OCN 금토드라마 ‘구해줘’가 지난 24일 종영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4.8%(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탄탄한 대본 및 연출력과 함께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그 중심에는 여주인공 서예지가 있다. 극 중 사이비 종교집단 구선원에 맞서 싸우며 ‘세상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는 임상미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쳐 보였다. 서예지는 2013년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한 이후 여러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출중한 미모로 존재감을 알렸지만 연기력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데뷔 5년 차에 ‘인생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서예지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많이 칭찬해주시니 감사하죠. ‘구해줘’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깊어요. 촬영 전부터 ‘상미화(化)’를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가슴 속 깊이 간직할 겁니다.”
이 드라마는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의 특성상 극 자체가 무겁다. 오열하는 장면도 유난히 많았다. 서예지는 ‘우울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자칫 감정 선이 흐트러질까봐 기분 전환도 할 수 없었어요. 드라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상미에게서 100%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사이다 소년’ 정구가 죽는 기찻길 장면을 찍은 날엔 집에 와서 펑펑 울었습니다. 제 몸에 진짜 피가 묻어 있고 멍이 들었더라고요. 처음엔 몰랐는데 집에 와서 생각하니 우울하고 서러웠어요. 그래도 그 감정을 계속 가져가야 했죠.”
몰입을 최대한 끌어올렸을 때 장안의 화제가 됐던 ‘방언’ 신이 탄생했다. 극 중 상미는 구선원 영부 백정기(조성하 분)와 신도들을 속이기 위해 영모 교육을 성실히 받은 척하며 기도문을 외웠다. 그러던 중 “셀렐렐레 엘렐렐레” 하는 방언을 터뜨렸다. 이 드라마에서 최고로 꼽히는 명장면이다. 서예지의 연기력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더욱이 방언은 서예지의 애드리브로, NG 없이 한 번에 끝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탄은 더 커졌다.
“민감한 부분이라 작가님도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없었다고 해요. 앞서 (극 중) 백정기나 아빠가 했던 방언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냥 따라 하면 영모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게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죠.”
서예지는 극 중 상미와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고 했다. 능동적이고 어떤 문제든 맞서 부딪힐 수 있는 성격이다. 학창 시절 ‘구선원’과 비슷한 사이비 종교로부터 유혹을 받았을 땐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저 뒤에 십자가가 보이냐? 내가 다니는 교회다. 당신들이 당당하면 숨어서 이러지 말고 교회에 가서 전도하자.”
서예지는 개신교 신자다. 드라마에 캐스팅됐을 때 거부감은 없었지만 살짝 걱정됐다고 했다. 자칫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어요. ‘사회적 고발’이 필요하니까요. 사이비 종교는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이비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사이비를 접해본 사람들에게는 치유와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고, 접해보지 않은 이들에겐 접촉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연기에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묻자 그는 “70점을 주고 싶다”며 “연기 점수라기보다 고생한 점수”라고 말했다. 차기작은 ‘구해줘’와는 다른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가능하면 상미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습니다. 우는 것보다 이제는 많이 웃고 싶어요.”
글=노규민/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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